케이블업체인 씨앤앰의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가운데 씨앤앰이 협력업체와 노조가 모두 참여하는 ‘3자 협의체’를 꾸려 현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노조가 참여 검토 의사를 밝혀, 노숙농성 142일·고공농성 15일을 맞은 씨앤앰 노사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될지 주목된다. 씨앤앰은 서울·경기 지역에 케이블TV 방송국 17개를 소유한 수도권 최대 규모의 복수종합 유선방송사업자(MSO)다.
장영보 씨앤앰 대표이사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약 해지된 협력업체 노동자 109명의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한 씨앤앰·협력업체·노조의 3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장 대표이사는 “법적 책임은 없지만 상생을 위한 도의적 책임을 실현하고자 적극 나섰다”며 “협력업체의 어려움과 고객 불만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고 전광판 위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문제도 고려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씨앤앰 정규직·협력업체 노동자가 속한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는 “장영보 대표이사가 공식적으로 노조에 제안을 해오고, 협력사 사장단이 3자 협의체를 수용하면 참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희망연대노조는 3자 협의체 제안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씨앤앰이 당사자인 노조와 협력사 사장단한테 공식 제안하지 않고 언론 플레이만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희망연대노조는 장 대표이사의 기자회견 직전에 ‘희망연대노조와 씨앤앰 원청의 직접 교섭’을 요구했으나, ‘교섭 형식을 두고 실랑이를 벌일 생각은 없다’며 여지를 둔 바 있다.
3자 협의체 구성은 그동안 단절된 노사 대화의 장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진전된 안이다. 그러나 ‘원청은 법률적으로 하청업체 문제를 책임질 근거가 없다’는 씨앤앰 쪽과 ‘협력업체에 사실상의 권한을 행사하는 원청이 책임져야 한다’는 노조 사이에 견해 차이가 커 3자 협의체를 통해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종탁 희망연대노조 위원장은 “원청은 지금껏 협력업체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는 태도였는데 3자 협의체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책임을 피해갈 수 있다”고 경계했다.
3자 협의체에서 논의할 안건을 두고 벌써부터 신경전이 치열하다. 장 대표이사는 “계약 종료된 직원들(109명)의 고용 문제부터 먼저 해결하고 다른 쟁점을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희망연대노조는 ‘109명 해고자 복직, 구조조정 중단·고용보장, 임금·단체협약 체결, 위로금 지급 등 노조의 4대 요구안이 교섭 의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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