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한겨레 자료사진
나에겐 ‘환장’의 아우슈비츠가 되어갔다
자정까지 연장근무하며 2주간 버텼지만
고된 노동, 군기에 못 이겨 몰래 도망쳤다
그 뒤로 전전한 3D알바들…노동인생은 ing다 초·중·고교 내내 공붓벌레로 지낸 내게 아르바이트는 미지의 세계였다. 어느 연예인의 경우처럼 카페에서의 아르바이트는 내게 연예인 스카우트의 기회를 줄 것만 같았고,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처럼 죽집에서의 아르바이트는 나에게 부자 남친을 만나게 해줄 것만 같았다. 왜 누군가가 그러지 않았나. 모든 경험은 너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라고. 참 긍정적이게도 그 당시 내게 아르바이트는 환상과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중에서도 내게 환상의 경지를 안겨주었던 아르바이트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놀이동산 아르바이트’. 놀이동산을 즐겨 가지 않는 나였지만 미디어의 영향이었을까? 그곳이 우리에게 주입시킨 이미지의 결과였을까? 놀이동산에서 일한다면 항상 행복하고, 내 마음도 동심으로 돌아갈 것만 같은 착각에 꽃보다 아름다운 21살, 나는 ○○랜드에 입사하게 된다. 그러나 그곳에서 만난 것은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청춘 남녀 1000여명을 삼킬 듯한 아우라의 공장식 기숙사와 하루 12시간이 넘는 엄청난 노동이었다. 매일 아침 8시. 1000여명의 근로자들이 나란히 줄지어 통근버스를 기다린다. 기숙사와 근무지 간에 거리가 상당히 있었기에 출퇴근 버스를 놓치는 순간, 우리는 그날 자신의 자유의지와 상관없이 무단결근 위기에 놓인다. 5분이라도 늦게 나오면 버스는 인정사정없이 출발해버리기에 모두 허둥지둥 기숙사를 나온다. 지난밤, 늦게까지 계속된 노동의 피곤함이 풀리지 않았는지 힘들어 보이는 우리들의 모습. 문 앞뒤로 꽉꽉 자신을 구겨넣는 버스 풍경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는 유대인의 모습을 자동적으로 연상할 수 있다. 근무시간은 9시부터이나 출근버스로 인해 실제 근무지에 도착한 시간은 8시20분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받기 위해 탈의실 앞에 비치된 컴퓨터 앞에 나란히 줄을 서 자신에게 부여된 여섯자리 코드를 자신의 이름 대신 입력한다. 남들에겐 환상의 나라일지 몰라도 일하는 청춘들에겐 이미 ‘환장’의 나라가 된 지 오래다. 밤 9시부터 퇴근할 수 있는 자유는 주어졌지만 회사에서 연장근무를 원할 경우, 퇴근버스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에 우리는 11시, 때때로 자정까지 연장근무를 하는 수밖에 없다.
일러스트레이션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영화 대사에 눈물짓던 관람객들…정작 알바들은 ‘투명인간’ 취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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