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10년째을 맞아 단식투쟁을 시작한 최일배 코오롱 정리해고 분쇄투쟁위원장(오른쪽 둘째), 박선봉 민주노총 경기중부지부 사무차장(왼쪽 둘째)이 지난 28일 오전 경기 과천시 별양동 천막에서 이들의 복직을 바라는 과천시민 이해정(왼쪽), 이화영씨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과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10년째 응답 없는 지난한 싸움
3년전부터 과천 본사앞 천막농성
안부 묻던 주민들이 서명운동 등 함께
“밥 먹었는지 별일없는지 신경써줘”
3년전부터 과천 본사앞 천막농성
안부 묻던 주민들이 서명운동 등 함께
“밥 먹었는지 별일없는지 신경써줘”
‘벌써 10년, 응답하라 코오롱’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이화영(46)씨는 빗속에도 꿋꿋히 자리를 지켰다. 코오롱 해고자들의 복직을 위한 시민들의 1인 시위는 1주일 넘게 경기도 과천시 코오롱 본사 주변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10년은 넘기지 말아야 하니 제발 한 번만이라도 이 사람들 이야기 좀 들어달라고 시작한 일인데, 이젠 돈 없고 빽없는 사람은 이렇게 무시해도 되나 화가 나더라고요.” 지난 28일 1인 시위를 마치고 정부과천청사역 4번 출구 코오롱 본사 앞에 세워진 천막으로 돌아온 이씨가 말했다. 이씨처럼 1인 시위를 마치고 옹기종기 모여앉은 6명의 ‘동네 사람들’은 커피 한잔에 겨울비가 몰고 온 추위를 녹였다.
‘해고 문제를 10년을 넘길 수 없다’며 최일배 코오롱 정리해고 분쇄투쟁위원장과 박선봉 민주노총 경기중부지부 사무차장은 지난달 5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다. 코오롱은 2005년 경영 악화를 이유로 구미 공장에서 78명을 정리해고했고, 부당해고라며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2009년 회사 손을 들어줬다.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사이 78명이던 해고자 중 복직투쟁을 계속하는 이는 이제 12명 뿐이다. 그새 단식, 고공농성, 본사 천막투쟁이 쉼 없이 반복됐다. 다들 먹고 사느라 바빠, 3년 전 다시 이곳 과천 코오롱 본사 앞에 천막을 세울 때 농성장을 지킬 수 있었던 건 최일배 위원장 등 2명뿐이었다.
그러나 과천에 돌아온 뒤 이들에게 새로운 이웃이 생겼다. 처음에는 천막을 찾아 안부를 묻고 가끔 식사를 함께하던 과천 주민들이 이제는 코오롱 본사 항의 방문, 서명운동, 1인 시위, 후원 주점 지원, 자수로 놓은 응원 펼침막 선물 등 함께 싸우는 동지가 됐다. 책읽기 모임에 나갔다가 이화영씨에게 코오롱 해고자 이야기를 듣고 천막을 찾은 반찬가게 사장 성미선(45)씨는 1년 넘게 1주일에 두 번씩 도시락을 전달한다. “나는 도시락 건네주고 집에 가면 아이들하고 밥 먹을 수 있지만, 오랜시간 아이들과 떨어져 싸우는 이분들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공정무역 커피 가게를 운영하는 과천주민 이해정(45)씨도 “내 집 앞에서 밤낮으로 농성하고 있는 걸 보니 자연스레 왜 그러는 지 궁금했다”며 “이웃이 아프면 마음이 쓰이고 안부를 묻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코오롱도 직원들 아픔과 고통을 이웃의 관점에서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식 농성 중인 해고자도, 이들을 3년째 응원하는 이웃들도 원하는 건 딱 하나 ‘대화’다. 해고 10년째 길거리에서 싸우고 있지만 회사와 대화한 건 단 한 번이었다. 최일배 위원장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밥은 먹었는지, 별일은 없는지 신경 써준 이웃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늘 ‘이번이 마지막이다’라며 모든 걸 쏟아부었는데 10년째가 된 올해는 해고 문제가 제발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오는 2일에도 ‘코오롱 단식투쟁 연대의 날’에 참가해 해고자들과 함께한다.
과천/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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