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월터스 영국 카디프대 노동환경연구소장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한 사회’에 대한 가장 절박한 목소리는 ‘일하다 죽거나 다치지 않을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요구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에만 1929명이 희생된 ‘산업재해(산재) 왕국’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월터스(64·사진) 영국 카디프대 노동환경연구소장의 눈에 비친 전세계 노동자들은 세월호와 같은 참사를 일상적으로 겪고 있었다.
지난 3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만난 윌터스 소장은 “세계화 이후 비정규직의 양산과 위험의 외주화, 규제완화는 노동과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며 세월호, 산재와 같은 참사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민주노총과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원회 등의 공동주최로 열린 ‘안전한 일터, 안전한 사회 만들기 국제 심포지엄’에 초청받아 한국을 처음 찾았다.
윌터스 소장은 ‘현대사회의 복잡한 시스템과 부실한 소통 체계 때문에 대형 참사가 발생한다’는 원인 진단과 더불어 21세기 들어 참사가 일상처럼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다. 그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낳은 비정규 불안정 노동 증가와 규제 철폐 등을 그 요인으로 꼽았다.
“인력 감축과 하도급·외주화·기간제·임시직 등 비정규직이 확산되며 안전규제의 손이 닿을 수 없는 곳들이 늘어갔다. 심지어 안전업무마저 외주화됐다. 경제 성장을 이유로 정부는 규제를 없앤다며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책임마저 포기했다.” 그의 분석대로라면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가장 열악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도 ‘중대재해’ 가운데 하청업체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2년 36.4%에서 지난해 37.3%로 높아졌다. 올해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자 8명 모두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하지만 산재의 원인을 알았으니 예방도 가능하다는 게 윌터스 소장의 생각이다. 그는 “규모가 크고 힘이 있으며 평판에 민감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이해 당사자인 노동조합이 안전 규제를 집행하도록 권한을 부여하면 산재는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실례로 런던 올림픽 경기장 건설 과정을 소개했다. 대규모 건설 현장의 대형 참사를 막고자 정부와 기업, 노동조합은 초기 건설 계획부터 참여해 안전대책을 고민했다. 원청은 하청업체 계약 때 안전관리 조건을 포함했고, 산재 사고에 공동책임을 졌다. 노동조합은 상근 활동가를 건설 현장에 두고 안전 조건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감시했다. 정부도 사후 조사하는 관행을 버리고 공사 시작 때부터 안전관리에 나섰다. 노사정의 노력 덕분일까? 런던 올림픽 때에는 단 한 명의 노동자도 사고로 희생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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