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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춥고 아프지만 비정규직 해결 전엔 못내려가요”

등록 2014-12-11 20:09수정 2014-12-12 08:08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비정규직지부’ 소속 씨앤앰 협력업체 케이블 설치·수리 노동자인 임정균(왼쪽)과 강성덕(오른쪽)씨가 고공농성 30일째인 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 지상 30m 높이 전광판 위에서 건강 상태를 확인하러 올라온 사람을 부둥켜안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비정규직지부’ 소속 씨앤앰 협력업체 케이블 설치·수리 노동자인 임정균(왼쪽)과 강성덕(오른쪽)씨가 고공농성 30일째인 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 지상 30m 높이 전광판 위에서 건강 상태를 확인하러 올라온 사람을 부둥켜안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씨앤앰 노동자 고공농성 30일

30m 높이 전광판 위 고단한 싸움
가로 열걸음·세로 네걸음 좁은 공간
“긴장한 탓 잠 못자고 통증 시달려”

정규·비정규직-해고·비해고자 모두
‘109명 복직요구’ 한 맘으로 연대
노·사·협력업체 ‘3자 협의체’ 재개
30m 높이의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옆 광고 전광판에 배우 이영애씨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오늘의 주요뉴스’ 몇 줄도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 전광판 위로 강성덕(35)·임정균(38)씨의 얼굴도 나타났다 사라졌다. 땅 위의 사람들이 손가락보다 작게 보일 무렵 멈춘 사다리차 앞으로 강씨가 손을 내밀었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비정규직지부’ 소속 씨앤앰 협력업체 케이블 설치·수리 노동자인 두 사람을 11일 ‘하늘’에서 만났다. 계약 만료 등을 이유로 지난여름 해고된 씨앤앰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109명의 복직 요구에 답이 없어 두 사람이 전광판에 오른 지 30일째 되는 날이다. 해고노동자를 주축으로 한 노숙농성은 157일째다.

전광판 위는 좁다. 가로 열 걸음, 세로 네 걸음이면 끝이다. 의사인 최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과 마주한 강씨는 “어깨가 아프고, 가끔은 어지럽다”고 했다. “이 위에 있으면 배 탄 것처럼 흔들리기도 하고, 전자파와 소음, 먼지 때문에 몸이 많이 부어요. 잠을 설쳐 수면제에 의지할 때도 있고요. 춥고 좁은 공간에서 잘 움직이지도 못한 채 긴장하다 보니 (강)성덕이는 어깨가 아프고 저는 소화가 전혀 되지 않아 고생이네요.” 옆에 있던 임씨가 털어놨다. 최규진 국장은 “두 사람 다 건강한 체질인데 근육통에 두통, 복통까지, 가질 수 있는 병은 다 있네요”라며 걱정했다.

그래도 두 사람은 “겨우 30일”이란다. 씨앤앰의 경기 고양 지역 협력업체 ‘시그마’ 직원이던 강씨는 해고돼 돌아갈 회사가 없는 109명 중 한 명이다. 세 아이의 아빠인 임씨는 “해고자들만 올려 보낼 수 없다”며 전광판에 올랐다. 미안한 마음에 아내한테는 미리 말하지 못하고 편지를 남겼다. 강씨와 김씨는 지난해 노조 설립 뒤 처음 만났는데, 지금은 형제나 다름없다.

땅에선 씨앤앰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하늘에선 해고자·비해고자가 굳세게 손을 맞잡은 덕분에, 지난달 28일부터 씨앤앰 원청·협력업체·노조가 함께 해고자 109명의 문제 등을 논의하는 ‘3자 협의체’가 구성됐다. 양쪽이 접점을 찾지 못하다, 원청이 “고공농성을 중단하면 새로운 안을 제시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논의가 중단됐다. 강성덕씨는 “‘우리가 내려가면 새로운 안을 공개하겠다’는 게 회사 방침이라면, 우리는 반대로 ‘새로운 안을 가지고 여기로 올라오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 문제는 모든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이라 해결되기 전에는 그냥 내려갈 수가 없네요”라고 말했다.

“정균아 힘내라, 성덕아 건강해라.” 땅 위 농성장의 해고자들이 하늘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손을 흔들어 화답하는 두 사람을, 역시 해고노동자인 땅 위의 이경호(47)씨는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채 이렇게 말했다. “5개월간 여기서 같이 먹고 잔 가족 같은 동생들이 올라가 있으니 눈물이 나서 못 보겠네요.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고용승계가 되지 않은 것도 억울한데, 저 친구들까지 올려 보내고도 해결 못 하면 못 견딜 것 같아요.” 중단됐던 ‘3자 협의체’는 이날 오후 재개됐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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