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였던 고 최종범씨의 딸 별이(2살)의 생일을 하루 앞둔 12일 서울 용산구 ‘레아’에서 생일파티가 열렸다. 사진가 정택용
“아빠가 돼 줄게”
삼성전자 수리기사들 약속 지켜
용산참사 생존자 맥줏집서 파티
삼성전자 수리기사들 약속 지켜
용산참사 생존자 맥줏집서 파티
문을 연 지 이틀째 되는 수제맥주집 ‘레아’에 곧 두 살이 되는 최연소 손님이 찾아왔다. 고깔모자를 쓰고 반갑게 몰려드는 아저씨들이 어색한지 꼬마 손님은 낯을 가렸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별이의 생일 축하합니다.” 결국 꼬마 손님 별이는 울음을 터트렸지만 함께한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별이는 지난해 10월30일 ‘너무 힘들었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수리기사 최종범(당시 32살)씨의 딸이다.
별이의 생일을 하루 앞둔 12일, 1년 전 돌잔치 때 ‘아빠가 돼주겠다’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동료의 약속은 올해도 지켜졌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조의 위영일 지회장, 최씨와 함께 일했던 천안센터 김기수 분회장 등이 함께했다. 지난해 별이를 찍은 사진을 선물했던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 모임’ 노순택 사진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맡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 등도 생일 선물을 들고 찾았다. 용산참사로 아버지를 잃고 4년을 감옥에서 보낸 이충연씨와 정영신씨 부부는 얼마 전 서울 용산구에 다시 개업한 ‘레아’를 별이 생일잔치를 위해 평소보다 일찍 열었다. “예쁘게 잘 커 줘서 고맙다”는 위영일 지회장의 말에 별이 엄마 이미희(30)씨는 “열심히 건강하게 잘 키우겠다”고 답했다.
노조 활동을 이유로 표적 감사 대상이 돼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최종범씨의 아픔은 지난해 7월 노조를 만든 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겪은 어려움과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최종범·염호석 두 동료를 떠나보내고 41일간 삼성전자 앞 노숙 농성을 벌인 끝에 ‘기본금 120만원+건당 성과급’을 뼈대로 하는 기본단체협약을 지난 6월 체결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지난 10월 폐업과 함께 해고통보를 받은 진주 센터 상황을 ‘위장폐업, 부당해고’로 보고 또 다른 싸움을 시작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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