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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상시·지속업무엔 정규직’ 원칙은 지켜야”

등록 2014-12-25 19:54수정 2014-12-25 22:12

발표 앞둔 정부안에 노동계 우려
정부는 29일 비정규직 노동자의 계약 기간을 2년에서 4~5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뼈대로 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노동계는 이런 ‘비정규직 사용 제한 완화’가 부작용만 키우리라고 우려한다. 정규직 신규 채용 일자리는 사라지고 고용불안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을 늘린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상시·지속 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한다’는 원칙을 토대로 비정규직 규모를 줄이고 정규직과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게 비정규직 해법의 출발선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현행 비정규직 노동자의 2년 사용 제한 및 파견 허용 대상 업종(32개)을 일정한 조건만 충족되면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해왔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4일 ‘구조개혁 관련 토론회’에서 “중장년 기간제 근로자들은 법의 기간 제한(2년)과 상관없이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파견이나 기간제 사용 규제도 고용안정을 높이는 방향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비정규직 규제를 풀어달라”는 재계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렇게 하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양산될 거라 전망한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25일 “지금도 정규직 전환 의무를 피하려고 외주화(하청)하거나 2년 미만의 계약을 체결한다”며 “비정규직의 유일한 안전장치인 2년 사용 제한을 풀면 기업이 정규직을 고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짚었다. 특히 55살 이상 고령노동자의 파견 업종 확대는 고령자의 일자리 질을 떨어뜨리고, 제조업 분야의 불법파견를 합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파견 업종 확대는 불법파견과 위장도급에 면죄부를 주려는 신호탄”이라며 “정부가 정규직 노동자 고용을 늘릴 방법을 찾기보다 기업이 비정규직을 쉽게 쓸 수 있는 방안만 고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안은 기간·파견업종 완화 뼈대
재계 요구 사항과 일맥상통
용역·도급 노동자 대책은 또 빠져
노동계 “비정규직·불법파견 늘 것”

노동 전문가들은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한다’는 원칙을 근로기준법에 명시하는 게 비정규직 해법의 출발점이라고 본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분석 결과를 보면, 전체 임금노동자 1824만명 중 837만명(45.4%)이 비정규직 노동자다. 통계에서 제외된 사내하청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비정규직은 5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우리나라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일자리가 지나치게 많고 임금·노동조건에서도 차별이 심하다”며 “정규직을 원칙으로 하면서 합리적인 사유가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비정규직을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시·지속 업무 비정규직은 실질적인 고용 안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비정규직의 임금 등 차별을 바로잡는 일도 시급한 과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3년 비정규직 노동통계’를 보면, 2002년 정규직 대비 67%이던 비정규직의 월 평균 임금이 지난해엔 56%로 떨어졌다.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300인 이상 기업 임금 현황을 분석해보니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가 4.2배(2010년)에 이른다. 이런 격차 해소를 위해 재계는 정규직의 처우를 낮추는 하향평준화를 주장하나 노동계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으로 해결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케이블방송 씨앤앰·에스케이브로드밴드·엘지유플러스 협력업체 노동자 등 용역·도급 형태의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과 관련한 정부 대책은 이번에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와 마찬가지로 정부는 “민법에 따른 기업과 개인 간의 계약을 노동법으로 규제할 수 없다”고 보는 탓이다. 고용형태공시를 보면 전체 노동자 5명에 1명꼴로 간접고용 노동자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는 “기업이 해고나 임금 등에서 사용자로서 법률적 책임을 피하려고 간접고용 노동을 확대하고 있다”며 “원청업체의 사용자성을 강화하지 않는 한 현장에서 벌어지는 노사 갈등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기간제 노동자: 근로계약 기간을 정해 일하는 노동자로 2년이 넘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규직 전환 비율은 5.8%에 그친다.

파견 노동자: 근로계약을 맺은 ㄱ업체(파견사업주)가 보냈으나 실제론 ㄴ업체(사용사업주)의 지휘를 받아 일하는 노동자다. 사용사업주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도급 노동자: ㄱ업체(원청사업주)가 특정한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계약한 ㄴ업체(하청사업주)에 고용돼 일하는 노동자로 원청사업주는 법적 책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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