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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간접고용 노동자의 슬픔…기륭전자 ‘오체투지단’

등록 2014-12-25 21:13

사무실서 ‘비정규직법 폐기’ 요구하며 청와대까지
세 걸음 걷고 엎드려 절했다. 다시 일어나 세 걸음 걷고 절했다.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22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륭전자 사무실에서 “비정규직 양산하는 비정규직법 폐기”를 요구하며 국회를 거쳐 청와대까지 오체투지(온몸을 던져 절을 함)로 가겠다고 나섰다. 1895일의 싸움 끝에 얻어낸 정규직 전환 약속을 회사가 ‘도망 이사’로 다시 파기하자 이의 이행을 요구하며 텅 빈 사무실에서 농성한 지 358일 되는 날이었다.

기륭 노동자들은 오체투지 나흘 만인 25일 서울 중구 씨앤앰 농성장에 닿았다.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유흥희 분회장은 반년째 노숙농성에 이어 고공농성과 집단단식을 하고 있는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들를 보며 눈물을 쏟았다. 유 분회장은 “진짜 사장인 원청업체가 방관하는 사이 고공농성에 단식까지 이어졌다”며 “비정규직 문제는 목숨을 걸어도 해결이 쉽지 않구나 싶은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던 기륭전자 노동자들도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2008년 단식과 고공농성을 했다.

하청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과 노동조건이 흔들리지만, 권한이 있는 원청업체는 뒷짐을 지는 사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거리에서 싸울 수밖에 없다. 고공농성 중인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 임정균씨는 “해고자 원직 복직을 위해 여기까지 올라왔지만 이번에 해결된다고 업체가 바뀔 때 고용승계가 안 되는 근본적인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며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싸움도 10년이 됐다는데 우리도 저 시간까지 싸워야 하는가 싶어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륭전자 경영진에 정규직 전환의 책임을 물으며 싸워온 지 10년, 돌아보니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도 다르지 않았다.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0년 만에 법원 1심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았다. 에스케이브로드밴드·엘지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한 달째 파업 중이다. 유흥희 분회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쓸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기간제·파견법도 모자라 정부는 또다시 비정규직을 크게 늘릴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을 함부로 써도 된다고 생각하게 하는 법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국회를 지난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26일 청와대 앞에서 오체투지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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