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11명 노동자 사망…대책마련은 지지부진
현대중공업 울산공장에서 지난 27일 사고가 발생해 하청업체 노동자 이아무개(21)가 숨졌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에선 올해 들어 10건(계열사 포함)의 중대재해가 일어나 모두 1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다. 위험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 등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대책마련은 지지부진하다.
28일 울산고용노동지청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7일 오후 2시20분께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안에서 건조 중이던 세계 최대규모의 해양설비(원통형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 설비, FPSO) 엘리베이터 케이블 정리 과정에서 사고가 나 협력업체 노동자 이씨가 숨졌다. 엘리베이터 위에 있던 이씨는 조작 과정에서 튀어나온 턱을 보지 못하고 엘리베이터와 턱 사이에 머리와 가슴이 끼는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김덕규 노동안전실장은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원래 하던 일이 아닌데도 일손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파견됐다. 경험도 없고 교육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일을 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해양설비는 현대중공업이 노르웨이 선주사의 요청으로 내년 초 완성을 목표로 건조 중이었다. 이 때문에 노조는 이번 사고도 회사가 납기 일정을 맞추려 경험이 없는 하청업체 직원까지 동원해 일을 시키다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박 건조 등에서 위험 업무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도맡고 있지만, 원청(현대중공업)은 이들의 안전까지 책임지지 않아도 돼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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