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이 본 비정규직 대책
고용부 ‘언발에 오줌누기식’ 지적
간접고용 노동자 대책도 부실
“고용안정 위해선 원청 책임져야”
고용부 ‘언발에 오줌누기식’ 지적
간접고용 노동자 대책도 부실
“고용안정 위해선 원청 책임져야”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55살 이상 노동자의 파견 허용 대상 업종을 확대하는 고용노동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전체 노동자 10명 중 2명꼴인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대책도 부실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충남 계룡시 보건소에서 방문 물리치료사로 일하는 ㄱ씨는 3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고용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면 당장은 더 일할 수 있겠지만 4년 뒤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은 똑같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2007년부터 보건소에서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기간제 노동자로 일했다. 2년 이상 일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야 하지만 기간제 노동자 생활만 8년째다. 정부는 2012년 뒤늦게 ㄱ씨 같은 보건소 방문 간호사·물리치료사 등을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으로 정했지만, 올해 12월31일 계약 만료를 앞두고 시는 “예산이 없다”며 무기계약직 전환을 거부했다. ㄱ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부산·충남 방문건강 전담 기간제 노동자가 195명에 이른다.
파견노동자였던 김건희(23)씨도 “원청회사가 아무 책임을 안 지는 저희 같은 파견 노동자가 늘면 안 된다”고 파견 확대에 반대했다.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인 모베이스 공장에서 일하던 김씨는 “주휴수당을 달라”고 한 지 얼마 안 돼 파견 계약이 종료됐다. 김씨가 일하던 모베이스는 파견이 불허되는 제조업이지만,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1년간 파견노동자로 일했다. 김씨는 “6개월 뒤에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준다는 광고를 보고 일하게 됐다”며 “정규직이었으면 잘리지 않았을 텐데 비정규직이라 사람을 너무 쉽게 대한다”고 말했다.
40일 넘게 에스케이브로드밴드 본사 앞에서 파업 중인 협력업체 인터넷 설치기사 김홍철(42)씨는 “원청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한 간접고용 노동자의 현실이 달라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에스케이브로드밴드 협력업체 설치·수리기사는 올해 노동조합을 만들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농성중이다. 김씨는 “협력업체가 바뀔 때 언제든 잘릴 수 있는 ‘파리목숨’이라 고용 승계가 절실하다”며 “고용안정과 장시간 근무·추가수당 미지급 개선을 위해서는 도급비 지급 등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원청이 나서야 하는데 그런 내용이 정부 비정규직 대책에는 담겨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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