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의 ‘비정규직대책’ 살펴보니
‘위험의 외주화’ 금지 추진하다가
재계 반발에 ‘도급 인가제 강화’로
원청의 안전·보건 의무도 축소
“영업장 권익 침해 의견 나와” 발뺌
‘위험의 외주화’ 금지 추진하다가
재계 반발에 ‘도급 인가제 강화’로
원청의 안전·보건 의무도 축소
“영업장 권익 침해 의견 나와” 발뺌
고용노동부가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걸 금지하는 내용으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추진하다 기업 반발에 슬그머니 후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이유로 원청의 하청노동자 안전관리 책임도 애초 계획보다 대폭 축소시켰다.
30일 고용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보면, 사내 하도급 근로자 보호 대책의 하나로 △유해·위험 작업 외주화 인가 제도 강화 △원청과 긴밀하게 연결된 하청 업무에 대한 원청의 안전조치 의무 확대 △조선, 철강, 건설 등 고위험 업종 300인 이상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리자 외주화 제한 등이 담겨 있다. 올해만도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 11명이 작업 중 숨진 데서 보듯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위험한 업무가 떠맡겨져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앞서 고용부가 지난 11월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법(산안법) 개정안보다는 크게 후퇴한 내용이다. 고용부는 당시 “무분별한 ‘위험의 외주화’를 원천 차단하겠다”며 산안법 개정안에 ‘유해하거나 위험한 정도가 심각한 작업이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 도급을 줄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법 조항을 신설했다.
또 원청의 하청업체 노동자 안전 의무 대상도 지금의 ‘20개 장소’에서 ‘하청업체가 일하는 모든 장소’로 확대하고, 위반 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침도 내놨다. “하청업체 산재를 막기 위해서는 원청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노동계와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이 분석한 ‘중대재해 발생 현황’을 보면, 하청업체 노동자의 중대재해 비율은 2012년 36.4%에서 올해는 39.1%로 높아졌다.
그러나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는 ‘도급 금지’가 ‘도급 인가제도 강화’로 바뀌었다. 현재 유해·위험 업무는 고용부 장관 인가를 받으면 하청업체에 맡길 수 있는데, 그 기준과 대상만 늘리겠다는 뜻이다. 모든 하청업체로 확대하려 했던 원청 책임도 ‘원청의 사업과 긴밀히 연계된 위험장소’로 축소됐다. 처벌 강화는 아예 언급되지 않았다.
이와 별도로 ‘300인 이상 모든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 업무를 비정규직한테 맡기지 않도록 한다’는 안전보건관리 위탁 금지도 ‘조선·철강·건설 등 고위험 업종’에 한해서만 적용하기로 했다. 안경덕 고용부 산재예방보상 정책국장은 “(노동계와 경제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영업장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반론이 많아 조정했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그동안 “(하청업체 노동자의) 안전사고는 안전관리시스템의 부실로 발생하는 것이지 고용형태가 원인이 아니다”며 “정규직 고용을 강제하는 것은 기업 자율성을 제약하는 규제”라고 주장해 왔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국장은 “이런 내용으로는 원청의 책임과 처벌을 묻기 어려워 하청노동자의 산재를 예방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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