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 전광판 위에서 50일간 고공농성을 벌여온 씨앤앰 해고노동자 임정균(왼쪽)씨와 강성덕씨가 31일 오후 중구 태평로 한국언론회관 앞 전광판에서 농성을 풀고 내려와 가족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씨앤앰 노동자 2명 전광판서 내려와
쌍용차 19일·스타케 219일째 고공농성
새해에도 찬바람 맞는 노동자 많아
쌍용차 19일·스타케 219일째 고공농성
새해에도 찬바람 맞는 노동자 많아
고공농성을 끝내는 데는 50일이 걸렸지만, 30m 높이 전광판에서 땅을 밟기까지는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케이블업체인 씨앤앰의 협력업체 노동자 임정균·강성덕씨가 31일 오후 동료들 품에 안겼다. 구급차에 오르는 임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동료인 희망연대노조 씨앤앰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새 회사를 만들어 해고자 83명을 모두 고용한다”는 전날 노사합의안을 수용해 두 사람을 지상으로 불러 내렸다.
강성덕씨는 “어제오늘 다른 곳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구미 스타케미칼 차광호씨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서 축하 전화를 받았다”며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씨앤앰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자 복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177일간의 농성을 이어왔다. 해고자인 강씨는 그 고단한 싸움에 마침표를 찍으면서도 자신의 기쁨보다 여전히 하늘과 거리에서 새해를 맞을 다른 노동자들을 염려했다. 같은 희망연대노조 소속 에스케이브로드밴드·엘지유플러스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40일을 넘기는 파업과 노숙 농성을 이날도 이어갔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창근·김정욱씨도 새해를 경기도 평택시 쌍용차 공장 안 70m 굴뚝 위에서 맞게 됐다. 1일은 굴뚝에 오른 지 20일째 되는 날이다. 쌍용차는 지금껏 “고공농성을 해제하면 3자 대화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김정욱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은 씨앤앰 노동자들의 소식을 듣고 축하인사를 건넸다”며 “새해에는 쌍용차 노동자로, 좋은 아빠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시 복직을 요구하며 45m 굴뚝에 오른 지 219일째인 스타케미칼 노동자 차광호씨도 하늘에서 새해 해돋이를 보게 됐다.
굴뚝에 오르지 않았을 뿐 일터에서 쫓겨나 가족과 떨어져 새해를 맞는 노동자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용평리조트 간접고용 노동자 125명은 한 해의 마지막날인 31일 해고자 신세가 됐다. 용평리조트 쪽이 객실 청소 등을 하는 용역업체 비치힐서비스 소속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수준인 임금 10% 인상을 요구하자 도급계약을 끊어서다. 새 용역업체에서 고용승계를 거부당한 인하대 경비노동자들은 31일로 17일째 천막농성을 이어갔고, 2년 넘게 일하고도 이날 해고된 부산·충남 지역 방문간호사 등 195명도 여느해보다 차디찬 연말을 맞았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고공21] ‘하늘 노동자‘의 첫번째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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