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노원구의 한 독거노인이 방문 간호사의 진료를 받고있다. 류우종 기자
부산·서울·충남·전남 “예산 없다”
정부는 “강제할 방법없다” 방관
정부는 “강제할 방법없다” 방관
지방자치단체가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할 기간제 노동자인 ‘방문간호사’들을 예산 부족을 이유로 대량 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며 ‘비정규직 종합대책’까지 내놓은 정부가 정작 공공부문 비정규직 보호에는 손놓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6일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서울·부산 등 10개 시·도에서 받은 ‘지자체 방문간호사 무기계약직 전환 현황’을 보면, 기간제 노동자로 2년 동안 일해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된 방문간호사 508명이 지난해 12월 계약 해지됐다. 사실상의 해고다. 부산이 170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 94명, 충남 63명, 전남 56명이 뒤를 이었다.
방문간호사는 노인 등 취약계층의 건강관리를 돕는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절반씩 예산을 지원해 2007년부터 시작한 사업으로 전국에서 2500여명이 일한다. 방문간호사는 2012년까진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아니었지만, 2013년부터 상시·지속 업무로 인정됐다.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되는 1월1일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대거 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다수의 지자체가 방문간호사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거부하며 내세운 이유는 ‘예산 부족’이다. 부산시 동래구청 관계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 임금이 올라가고 복지도 확대해야 해 예산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서울 노원구나 부산 연제구 등 어떤 지자체는 전환하고 어떤 지자체는 계약을 해지하는 건 결국 의지의 문제”라며 “처우 개선은 뒤로 미루더라도 우선 고용 불안부터 해소하는 해법을 찾았어야 한다”고 짚었다.
부산시는 무기계약직 비중이 2%에 그쳐 17개 전국 광역 시·도 가운데 가장 낮다. 무기계약직 전환 의무를 회피하려 조직적으로 움직인 듯한 정황도 있다. 부산시 구청장·군수협의회는 지난해 10월 월례회에서 ‘현행 (기간제) 채용 방식 유지’를 결정했다. 부산의 일부 구에서 활용된 ‘고용 전환 형태에 따른 장단점 비교’라는 문서를 보면 ‘전환시 인력 해고가 안 됨, 노조에 가입 등의 단점’이라고 돼 있다. 민주연합노조 이경수 교육선전국장은 “예산 부족은 핑계일 뿐”이라고 짚었다.
방문간호사의 20%에 이르는 508명이 한꺼번에 해고를 당했지만 정부의 대응은 무력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자체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라고 여러 차례 공문을 보내 권고했지만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방문간호사는 훈련된 인력이라 계속 근무하는 게 원칙이고 더 효율적”이라며 “건강증진사업은 국비가 50%이므로 (무기계약직 전환) 원칙을 잘 지키지 않고 해고하면 예산을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지만, 사후약방문에 가깝다.
김민경 김양중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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