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철폐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로 청와대로 향하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경찰에 의해 막히자 108배를 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영하 10도의 날씨에 엎드려 밤을 지새웠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경찰 제지로 정부청사 인근서 5박6일 만에 해산
쌍용차 해고자 전원 복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2차 청와대행 ‘오체투지’ 행진이 경찰 제지로 목적지에 닿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쌍용차·콜트콜텍·스타케미칼 해고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시민·종교계 인사로 구성된 ‘정리해고·비정규직 법제도 전면폐기를 위한 행진단’은 행진 5박 6일 만인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오께 해산했다.
오체투지는 머리, 양팔, 다리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을 이용해 절하는 것으로, 행진단은 북소리에 맞춰 열 걸음에서 세 걸음을 뗀 뒤 온몸을 땅에 묻었다 일어나기를반복하며 행진했다.
이들은 당초 4박5일 일정으로 전날 오후 2시 청와대 인근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일정을 끝내려 했지만 세종로소공원에서 제지 됐고 이곳에서 밤새 노숙한 끝에 행진을 접었다.
지난 7일 구로 쌍용차 정비소를 떠난 행진단은 국회와 대법원 등을 거쳤으며 전날 대한문을 출발해 최종 목적지로 향하다 광화문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전날 광화문사거리 횡단보도와 세종문화회관 앞 횡단보도를 오체투지로 건너던 행진단을 ‘도로 점거’라며 강제 이동시켜 양측이 마찰을 빚었다.
행진단은 경찰 제지로 전날 오후 4시께부터는 정부서울청사 앞 세종로소공원에서 더는 전진하지 못했고, 길을 열어달라 요구하며 이날 오전까지 밤샘 농성했다.
농성 과정에서 여성 참가자 1명이 이날 오전 9시30분께 사지마비와 호흡 곤란 증세를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곧 회복됐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신고 시 정부서울청사까지만 오체투지를 하고 최종 목적지까지는 걷기로 주최 측과 협의한 바 있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종로소공원에서 행진을 제지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22∼26일 비정규직법 폐기를 요구하며 1차 오체투지 행진을벌였고, 당시에도 경찰 제지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행진을 멈췄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은 “해고자 복직 투쟁을 한 지 6년이 됐는데 동료 26명이 세상을 떠났고 2명이 굴뚝 농성 중”이라며 “오체투지로 재계와 국회에 이어 마지막으로 행정부와 청와대에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최 측은 다음 주께 내부 논의를 거친 뒤 수 주 안에 3차 행진을 통해 해고자 복직과 비정규직법 철폐를 촉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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