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노동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 ‘불법파견 싸움’에 찬물

등록 2015-01-15 19:49수정 2015-01-16 13:29

“신규채용 ‘8·18 합의’ 존중해야”
전규석 위원장 신문 기고 논란
대의원대회 합의폐기 결정 뒤집어
정규직지부 불만 제기 반영한듯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받아온 현대차 노사의 사내하청 노동자 신규채용 합의(8·18 합의)와 관련해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위원장이 ‘효력이 없다’는 기존 방침을 뒤집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중심인 금속노조가 10년 넘게 힘겹게 이어온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인정’ 법정 투쟁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은 13일 기관지 <금속노동자>에 “2014년 8월18일 교섭에 돌입한 현대자동차지부와 아산·전주(비정규직)지회는 교섭 돌입을 존중받았음으로 체결과 합의에 이른 것은 존중해야 합니다”라고 썼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11월 열린 금속노조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의 ‘금속노조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은 8·18 합의는 효력이 없어 폐기한다’는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전 위원장은 이어 “합의 내용이 모두가 만족하는 것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10여 년간의 투쟁의 결과물이자 이후 우리의 과제”라고 평가했다.

현대차 사쪽과 아산·전주 비정규직지회는 불법파견 1심 선고를 앞두고 지난해 8월18일 사내하청 노동자 4000명 신규채용에 합의했다. 비정규직지회가 선고의 결과의 불확실성과 장기 투쟁에 지쳐 어쩔 수 없이 합의를 받아들인 점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노조를 만들어 10년 넘게 ‘불법파견 정규직화’투쟁을 이어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요구하던 ‘정규직 전환’과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현대차의 불법파견이 인정되지 않아 회사는 법적 책임과 사회적 비난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합원 숫자가 가장 많은 울산 비정규직지회는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전 위원장의 글이 공개되자 당사자인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사과를 요구하며 13일부터 농성에 들어갔다. 8·18 합의에 동의하지 않은 현대차 울산 비정규직지회 이진한 수석부지회장은 “불법파견 인정 판결 뒤 현대차에 정규직 전환 직접교섭을 요구하고 있고, 추가 소송도 들어갔는데 8·18 합의를 폐기한 대의원대회 결정을 뒤집는 위원장의 글은 투쟁을 못 하게 막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전 위원장의 글이 나온 배경으로 현대차 정규직 노조의 ‘압박’과 정규직 노조 중심인 금속노조의 한계 등이 거론된다. 15일 금속노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11월 대의원대회가 끝난 뒤 8·18 합의를 주도한 정규직 노조인 현대차지부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고 한다. 이에 6일 열린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중집)는 만장일치로 8·18 합의에 대한 위원장의 글을 기관지에 싣기로 결정했다. 한 중집위원은 “현대차지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했다고 간주해온 8·18 합의가 대의원대회에서 부정당하자 위원장한테 거듭 불만을 제기해 이런 결정을 이끌어냈다”고 전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권영숙 노동위원장은 “현대차지부는 비정규직을 자신들의 고용 안정을 위한 방패막이라고 여겨 연대하지 못해왔다”며 “금속노조도 조합원이 가장 많은 현대차지부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고 법원 판결보다 못한 8·18 합의를 인정해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조 운동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전 위원장은 “8·18 합의 내용이 아니라 과정에 대한 존중이고 법원 판결에 따라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라며 “노조 내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쓴 글인데 8·18 합의를 승인한 게 아니냐는 불필요한 논쟁이 촉발돼 안타깝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 위원장의 글이 미칠 파장은 크다. 당장 현대차와 보수언론이 8·18 합의의 정당성으로 활용해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를 외면할 수 있다. 금속노조 내부 혼란도 피할 수 없다. 오는 3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대회 결정을 뒤집은 중집 결정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나아가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이 우리나라 불법파견 문제의 상징이었던 만큼, 다른 불법파견 투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현대차지부 조합원은 “울산 비정규직지회는 법원 판결로 불법파견임을 인정받고 다시 싸움에 나섰는데 중집 결정 탓에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며 “벌써부터 회사와 보수언론이 ‘금속노조도 합의를 인정했다’는 식으로 악용하고 나섰다”고 설명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권영국 변호사는 “법원 판결 수준에도 못 미치고 불법파견의 책임도 묻지 못하는 합의안을 인정하고 투쟁의 결과물로 평가한 것은 노조로서 부적절한 표현이었다”라며 “앞으로 기업들에게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져도 정규직화가 아닌 신규채용이라는 편법으로 해결할 빌미를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