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한 해고노동자가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2009년 쌍용차 대량해고 사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것으로 유효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노동계 “정리해고 남발 제동 기대”
‘일반해고’ 요건완화 강행 우려도
‘일반해고’ 요건완화 강행 우려도
정부가 정리해고 절차를 다소 까다롭게 하는 방향의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더라도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 필요”라는 조항을 손보지 않는 한 노사정의 법률적 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단 노동계는 지난해말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정리해고 요건 완화” 방침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린 상황에 안도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기업들이 강하게 요구하는 이른바 ‘업무 부진자(저성과자)’ 등에 대한 해고(일반해고) 요건 완화는 정부가 강행하리라고 보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사용자가 노동자의 뜻에 반해 해고할 수 있는 길은 정리·징계·일반해고 등 3가지다. 이 가운데 1997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도입된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는 요건만 충족하면 가능하다. 쌍용자동차 사건 대법원 판결 등에서 보듯 법원은 경영진의 판단을 폭넓게 수용해 그 허용 범위를 넓혀주는 쪽으로 해석해 왔다. 심지어 대법원은 “기업 운영에 필요한 인력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등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장차 예상되는 경영상의 위기’도 정리해고의 허용 범위로 본다.
금속노조 법률원의 김태욱 변호사는 “법원이 사용자의 해고 회피 노력을 너무 폭넓게 해석하고 있어 법에 구체적인 절차를 명시하는 것은 대체로 긍정적”이라면서도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인정되는데도 해고 회피 노력이 미비했다는 이유로 정리해고를 무효로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정리해고 남발을 막으려면 요건 자체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김성태(새누리당), 정청래·홍영표(새정치민주연합), 심상정(정의당) 등 여야 국회의원이 ‘긴박한 경영상 필요’ 앞에 “경영 악화로 사업을 계속 할 수 없는”(김성태 의원안) 등과 같은 문구를 추가해 사실상 도산 직전에 이르지 않고서는 정리해고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그러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고용노동부 고위관계자는 15일 “그런 식으로 규제하면 누가 정규직 노동자를 쓰려 하겠느냐”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고용부가 올해 상반기 안에 내놓기로 한 ‘일반해고 요건 가이드라인’도 쉬운 해고를 위한 방편이라는 지적이 있다. 집단적으로 이뤄지는 정리해고와 달리 징계해고와 일반해고는 대개 개별 노동자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징계해고는 노동자가 횡령이나 장기간 무단결근 등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의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일을 저질렀을 때 가능하다.
노동자의 귀책사유가 비교적 뚜렷한 징계해고와 달리 업무 부진 등을 이유로 이뤄지는 일반해고는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를 입증해야 해 쉽지 않다. 현행 근로기준법이 “정당한 이유” 없이는 사용자가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느닷없이 정부가 ‘일반해고 요건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데 노동계가 의구심을 갖는 이유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정부가 최근 두어달 논란이 된 집단해고 문제는 포기하고 대신 일반해고 요건 완화를 추진할 것으로 본다”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와 저성과자 해고 완화는 노사정위 안에서 반드시 저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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