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신촌·연세대점 두 곳서 점거시위 예고
“노조 가입했다고 해고…‘갑질’ 개선 의지 없어”
“노조 가입했다고 해고…‘갑질’ 개선 의지 없어”
아르바이트노동조합(이하 알바노조)이 오는 7일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 서울 매장 2곳에서 점거 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이혜정 알바노조 사무국장은 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988년 한국에 들어온 맥도날드가 ‘27년간’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노동 착취를 일삼고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아 가장 적극적인 방법인 매장 점거를 계획했다”며 “지난해 맥도날드 아르바이트생 고용의 문제점에 대해 폭로했는데도 맥도날드 쪽이 개선 의지가 없다. 점거시위는 알바노조가 맥도날드의 행태를 주시하고 있고 알바생에게 잔혹사를 이어가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자리”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이어 “아르바이트생들이 ‘갑질’에 대해서 침묵하는 존재가 아니라 부당한 일을 겪으면 알바노조를 통해 제보하고 연대하길 바라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발단은 지난해 11월 ‘맥도날드 알바 부당해고 사건’이었다. 당시 맥도날드 역곡점에서 일하던 이가현(21)씨는 근로계약서에 정해진 노동시간이 있는데도 강제로 조퇴를 시키거나 늦게 출근하도록 하는 이른바 ‘꺾기 노동’의 실태와 매니저의 근태시간 조작 등의 내용을 알바노조에 제보했다. 또 이씨는 “점장이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것을 주변 동료들이 불편해 한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했다”며 부당 해고를 주장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난 이렇게 함부로 알바 잘렸다’)
알바노조는 12월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근로실태 조사를 벌여 △근로계약서 작성 위반 △강제조퇴인 꺾기 △임금체불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사례를 폭로하기도 했다. 알바노조는 당시 “근로실태 조사를 통해 맥도날드 불법 관행의 윤곽이 확인됐고 더 이상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막고 싶다면 문제 해결을 위해 알바노조와 교섭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한동안 묵묵부답이던 맥도날드는 뒤늦게 지난달 27일 알바노조에 해명 공문을 보냈다. 맥도날드가 알바노조로 보낸 ‘아르바이트노동조합 서신에 대한 답변’의 공문을 보면, 맥도날드는 경기 부천시 역곡점에서 근무하던 아르바이트생 이가현씨가 부당해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맥도날드는 “이가현 전 크루는 계약기간 만료로 인해 퇴직한 것이며 퇴사 후 입사 기회를 제안했으나 다시 지원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해 이가현씨의 의사 결정을 존중했다”고 밝혔다. 또 “‘사람’이 가장 소중한 자원이라는 신념하에 맥도날드는 지난 26년간 학력과 성별에 차이를 두지 않고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으로 매장 직원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 오고 있다”며 “이런 노력에 대해 다수의 정부 포상 등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라고 적었다. 이어 “정규직 매니저 70% 이상과 본사 직원 50% 이상이 매장 출신이며 역대 글로벌 CEO 6명 중 3명이 크루로 일을 시작해 CEO가 됐다”고 설명했다.
맥도날드는 또 “지금까지 아르바이트노동조합에서 행한 다수의 불법적인 본사 사무실 침입 및 매장 점거시위로 직원들이 큰 위협을 느꼈고, 이에 회사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틀 뒤인 29일 알바노조 쪽은 누리집을 통해 맥도날드의 답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이가현씨는 계속 일할 의사가 있었지만 점장이 ‘노조 활동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해’ 나가라고 했고, 부당 해고라고 매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니 3개월이 지나서야 아무 설명도 없이 점장이 입사지원서를 넣어보라고 했다”며 “이가현씨가 알바노조와 얘기해서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니 ‘가현씨가 입사할 의사가 없는 걸로 알게’라는 답이 돌아와 황당했다. 왜 이가현씨만 계약 만료로 나가라고 했느냐”고 반박했다.
또 지난해 12월 노조가 진행한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노동자 근로실태 결과를 근거로 들어 “맥도날드 알바 중 65%가 꺾기 경험을 했고 22%의 체불임금도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불법을 지적하는데 이 문제제기에 대해선 아무 설명도 없이 그냥 법을 잘 지킨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그동안 불법 관행을 인정하고 어떻게 개선할지 분명히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어 “세계에서 가장 큰 패스트푸드 체인점 중 하나인 맥도날드가 현장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들을 왜 알바로만 채용해 최저임금만 주고 일을 시키는 것인지 여러 노동자들이 주시하고 있다”며 “맥도날드의 답변이 동문서답으로 와서 매장점거 시위 계획을 바꿀 의사가 없고 확산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바노조 쪽은 매장 점거 시위 이전인 3일까지 맥도날드 불법관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에 나서라고 요청했지만 맥도날드 쪽은 현재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겨레>는 해명을 듣기 위해 맥도날드 본사 홍보팀에 여러 차례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알바노조원들이 지난해 11월20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역곡동 맥도날드 역곡점 앞에서 함부로 잘린 알바들의 성토대회를 마친 뒤 매장으로 들어가 부당해고에 항의하는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