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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동현실 살피며 ‘도전의 변증법’ 실천한 큰스승

등록 2015-03-04 19:50

김윤환 고려대 명예교수
김윤환 고려대 명예교수
[가신이의 발자취] 김윤환 고려대 명예교수 영전에
지난달 2월25일 지천 김윤환(사진) 선생님이 소천했다. 선생님의 아흔네해 생애는 격동과 굴곡으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와 궤를 같이한다. 기나긴 역정의 고비고비를 넘기며 격동기 산업화시대 숱한 젊은이들의 사표로 살아온 선생님의 삶을 압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터, 여기선 다만 몇몇 삶의 편린을 적을 뿐이다.

해방 직후 고려대에서 경제학 공부를 시작해 1960년 모교 강단에 선 이래 선생님은 줄곧 ‘산업화시대 노동문제’에 천착한 실천적 노동경제학자로 살았다. 66년 경제학과에 입학한 나는 이듬해 천영세(전 민주노동당 대표) 등과 함께 만든 이념서클 ‘한모임’에서 선생님을 처음 뵈었다. 누구도 나서지 않을 때 선생님은 선뜻 우리 서클의 지도교수를 맡아주셨다. 곧이어 이상수(전 노동부 장관)·조성준(전 노사정위 위원장) 등이 주도한 서클 ‘민맥’의 지도교수도 맡았다. 60년대 말 두 서클이 ‘한맥’으로 통합되면서 선생님과 인연도 이어졌다.

선생님은 강의 때마다 근대경제학에서 정치경제학·현대경제학에 이르기까지 사례와 더불어 쉽고 명료하게 문제의 본질을 규명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애썼다. 그 특유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함께 제자들의 뇌리에 오래 새겨졌다. 대표 저서 <경제원론>이 60~70년대 대학가뿐 아니라 각종 수험생의 필독서로 정평이 난 것도 그 덕분이었다.

선생님의 학문 세계는 일반경제학·노동경제학에서 사회주의체제론으로까지 넓고 깊게 퍼져갔다. 특히 끊임없는 실천 의지로 산업화시대의 현실 노동문제 해결에 천착했다. 65년 종로에 연 ‘노동문제연구소’는 선구적 실천이었다. 지금의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다. 70년대 초 나도 몸담았던 연구소는 수많은 토론과 교육·출판을 통해 한국 노동문제 연구의 개척 시대를 열었다. 수많은 노동운동 활동가를 배출한 건 물론이다.

선생님은 60년대 후반부터 학생운동가들을 지도하고 또 숨겨준 실천적 지식인으로 찍혀(?) 독재정권으로부터 혹독한 탄압도 당했다. 정권은 72년 한맥과 노동문제연구소를 한데 엮어 이른바 ‘고대 엔에이치(NH)회 사건’을 조작한 뒤 선생님과 연구원, 학생들을 대량 연행·고문하고 끝내는 연구소를 해체했다. 선생님은 76년부터 3년, 다시 80년 이후 4년 등 두 차례에 걸쳐 해직의 고통을 당했다.

하지만 그런 극심한 탄압도 사회변화를 모색하고 후학을 길러내려는 선생님의 꿈을 꺾지 못했다. 그 하나가 ‘지천장학회’다. 86년 ‘제5회 다산경제학상’ 상금과 사비를 출연해 만드셨다. 80년대 후반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결성과 활동에도 참여했다. 경제민주화야말로 한국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극복하는 중요한 고리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한 세기에 가까운 선생님의 삶은 변화의 약동을 멈추지 않는 삶, 도전의 변증법을 실현하는 과정이 아니었나 감히 생각해본다.

이원보/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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