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씨앤앰 해고자 복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프레스센터 광고판에서 고공농성을 했던 해고자 강성덕씨가 11일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동 한 아파트에서 복직 뒤 일을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씨앤앰 케이블 기사로 복직한 강성덕씨
7개월 쉬었지만…“공구 잡으니 바로 일손 딱 잡혀”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고공농성장 매주 찾아
“아직도 위에 사람이 있다는 게 마음이 편치않아”
7개월 쉬었지만…“공구 잡으니 바로 일손 딱 잡혀”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고공농성장 매주 찾아
“아직도 위에 사람이 있다는 게 마음이 편치않아”
‘씨앤앰’이 새겨진 회색 작업복을 입은 강성덕(36)씨는 낯설었다. 삭발했던 머리도 길게 자라있었다. ‘노동인권 실현하라’고 적힌 빨간 몸자보도 없었다. 강씨는 “내려오고 나서 옷이 달라지니까 사람들이 잘 못알아봐요”라고 말했다. ‘하늘 위 해고자’는 ‘땅 위의 노동자’로 온전히 돌아왔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강서구 둔촌동 한 아파트에서 만난 강씨는 공구를 챙기고 있었다. 강씨가 맡은 케이블방송 씨앤앰 전송망 관리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광판 50일 고공농성 끝에 얻은 일자리였다. 씨앤앰 케이블방송 설치·수리기사 노조인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비정규직지회와 회사는 지난해 12월30일 해고자 83명의 복직에 합의했다. 해고자였던 강씨는 7년간 일하던 협력업체 수리기사로 돌아갈 순 없었지만 일자리는 되찾을 수 있었다. “사람이 좋아서 시작한 수리기사로 돌아가지 못해 아쉽지만 노사합의로 복직했으니 잘 된 일이죠”라고 말하는 강씨의 손이 한참을 움직이자 아파트 복도에 매설된 케이블선이 가지런히 정리됐다. 그는 “설치·수리 기사들은 늘 바쁘거든요. 빠르고 편하게 일할 수 있게 정리해 두면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31일 땅 위로 내려온 강씨는 한 달을 쉬고 2월부터 일을 시작했다. 지난해 6월31일자 해고 통보를 받고 복직 투쟁하며 7개월을 쉬었지만 “공구를 잡으니 바로 일손이 딱 잡혔다”고 했다. 그가 ‘육지멀미’라고 부르던 편두통, 이명 증상이나 소화불량도 점차 나아졌다. 해고기간 중 끊겼던 부모님 용돈도 다시 드릴 수 있게 됐다. “일상으로 완전히 돌아온거죠.”
몸은 일상에 있지만 마음은 종종 하늘로 간다. 같은 희망연대노조 소속 에스케이브로드밴드·엘지유플러스 비정규직 지부 조합원 장연의·강세웅씨가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광고판 위에 올라가 있다. 더 멀리 경기도 평택 쌍용차 굴뚝에도, 구미 스타케미칼 굴뚝에도 사람이 있다. 강씨는 “에스케이브로드밴드·엘지유플러스 고공농성장에는 매주 가요. 저도 위에 있던 사람이니까 아직도 위에 사람이 있다는 게 마음이 안 편합니다”고 말했다. ‘밑에 있는 사람’답게 ‘위에 있는 사람’의 일상과 안부가 궁금하다.
“나와서 일하니까 좋죠. 사람이 자신의 족적을 남기고 보람있는 삶을 누리려고 태어난건데 일이 없다는 건 우울한 거에요.” 강성덕씨와 함께 일하던 동료가 말했다. 강씨와 한 조로 서울 강서구 씨앤앰 전송망 관리를 맡은 씨앤앰 케이블방송 기사 5명은 3개월 전까지 모두 해고자였다. 강씨와 동료는 복직했지만 아직 “인간답게 일하고 싶다”며 에스케이브로드밴드·엘지유플러스 설치·수리기사는 38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복직하지 못한 쌍용차 해고자도, 일할 회사가 사라진 스타케미칼 해고자도 각각 94일, 294일째 굴뚝 위에 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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