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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고공농성 300일·100일·45일…여전한 ‘세상 무관심’

등록 2015-03-22 20:43수정 2015-03-23 10:31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22일로 100일째 굴뚝농성 중인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창근씨가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안 70m 높이 굴뚝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인천일보가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 인천일보 제공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22일로 100일째 굴뚝농성 중인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창근씨가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안 70m 높이 굴뚝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인천일보가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 인천일보 제공
굴뚝과 광고판 위 노동자들
땅 위의 시간이 힘겨워 노동자들이 하늘로 올랐다. 그래도 세상은 무관심하다. 22일로 굴뚝농성 300일을 맞은 스타케미칼 해고자 차광호씨는 어쩌면 곧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을 새로 쓸지 모른다. 그 뒤에 있던 쌍용자동차 해고자 이창근씨는 굴뚝농성 101일째가 되는 23일 땅 위로 내려오겠다고 밝혔지만, 에스케이브로드밴드·엘지유플러스 인터넷 설치·수리기사 장연의·강세웅씨는 45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기록하고 싶지 않은 기록이 하염없이 길어지고 있다.

차광호씨는 지난해 5월27일 경북 구미 스타케미칼 공장 안 45m 굴뚝에 올랐다. 2013년 적자 등을 이유로 멈춘 공장을 다시 돌려 노동자들이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장 매각 분할을 추진하는 회사의 태도는 여전하다. 스타케미칼 해고자 11명을 대표해 차씨는 굴뚝 위에서 300일을 맞았다. 그는 4월2일(농성 310일째)이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309일 크레인 농성 기록을 넘어설 처지다. 국내 두번째 최장기 고공농성인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천의봉씨의 23m 송전철탑 농성 기록은 이미 19일에 넘어섰다.

에스케이브로드밴드·엘지유플러스 협력업체 설치·수리 기사인 장연의·강세웅씨도 서울중앙우체국 옆 20m 광고탑 위에서 45일째를 보냈다. 이들은 지난해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옆 30m 전광판에 오른 희망연대노조 소속 씨앤앰 협력업체 케이블방송 설치·수리기사 강성덕·임정균씨의 50일 고공농성 기록에 매일 다가서고 있다. 에스케이브로드밴드와 엘지유플러스 협력업체 설치·수리 기사들은 지난해 노동조합을 만들어 저임금·장시간 노동시간 등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원청과 협력업체의 무관심 속에 120일 넘게 파업 중이다.

‘300일째’ 스타케미칼 차광호씨
9일 뒤면 최장기 기록 세울판
‘100일째’ 쌍용자동차 이창근씨
혼자 굴뚝 지키다 오늘 내려오기로
‘45일째’ 인터넷 설치·수리 기사들
기록하기 싫은 기록 쌓여가

정리해고·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봄이 왔건만 여전히 겨울옷이다

경기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안 70m 굴뚝농성을 이날로 100일째 이어오던 이창근씨는 23일 내려오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이 정리해고 무효 소송에서 회사 쪽 손을 들어주자 쌍용차 해고자 김정욱·이창근씨가 마지막 남은 희망인 회사의 복직 결단을 촉구하고자 지난해 12월13일 굴뚝에 올랐다. 김씨가 3월11일 내려간 뒤 혼자 있던 이씨는 “원활한 교섭 진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나 싶”은 고민 끝에 24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마음을 굳혔다고 밝혔다. 굴뚝농성 중인 지난 1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회사 쪽은 5년5개월 만에 교섭을 재개했지만 △해고자 복직 △26명 희생자 지원 △손해배상·가압류 철회 △쌍용차 정상화라는 4대 의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26일로 예정된 다음 교섭에 고공농성 중단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1세기 들어 굵직한 고공농성은 정리해고(한진중공업·쌍용차 등), 비정규직(기륭전자 하청업체 노동자, 씨앤앰 등 케이블·인터넷 설치기사,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 케이티엑스 여승무원,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등) 장기 투쟁 사업장에서 주로 발생했다. 회사와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고자 하늘로 올랐지만, 이 극단의 저항마저도 무관심 속에 대부분 100일을 넘겼다. 장기 농성에 따른 고통은 오롯이 노동자 몫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권영숙 노동위원장(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은 “법과 제도, 노사 교섭이라는 합법적인 수단으로 노동문제 해결이 불가능할 때 노동자는 고공농성, 오체투지처럼 자기 몸을 희생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고공농성이 반복돼도 해결되지 않는 건 고공농성이 제기하는 문제를 풀 사회적 힘과 정부·정치권의 제도적 틀이 충분하지 않은 탓”이라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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