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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정부 “통상임금 제외 수당, 취업규칙으로 결정”…노총 “불가”

등록 2015-03-23 22:00

노사정위 노동시장 개편 쟁점 (상)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노동자 죽이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 저지! 노사정위원회 규탄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노동자 죽이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 저지! 노사정위원회 규탄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특위)는 정부가 논의 시한으로 못박은 이달 말을 앞두고 잰걸음을 내딛고 있다. 특위의 논의 주제는 노동시간 단축, 통상임금 범위 설정, 정년연장 대책을 비롯해 노동시장 이중구조(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개선, 사회안전망 확충 등이다. 하나하나가 일터에 많은 변화를 몰고올 내용이다. 정부가 논의를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내년부터 정년 60살이 법으로 의무화하는 데다 연간 2100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을 줄여야 할 뿐더러 이와 연관된 통상임금의 범위가 불분명해 현장에서 일고 있는 혼란을 줄이자는 판단이 깔려 있다. 아울러 이에 따른 기업의 인건비 부담과 청년 실업률을 줄이려고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셈법도 깔려 있다. 정부는 이달 안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노사정 모두 개혁 대상이 될 것”이라며 노동계를 압박하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핵심 사안의 쟁점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통상임금 범위

정부 “노사 합의로 정하게 하자”
노총 “회사 맘대로 하겠다는 것”
시행령에 포괄 위임 여부도
정·재계-노동계 팽팽한 대립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계산할 때 기본 단위가 되는 임금이다. 통상임금의 범주에 따라 월급명세서에 찍히는 금액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2013년 12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통상임금의 개념을 정리했으나, 여전히 추상적인 탓에 개별 사업장에서 제기한 소송마다 하급심 판결이 조금씩 엇갈리는 상황이다. 노사정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통상임금의 범위를 법률(근로기준법)로 명확히 하는 게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각종 수당(항목)을 어떤 식으로 못박을지를 두고 정·재계와 노동계가 대립하고 있다. 재계와 정부는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는 수당을 정부가 만들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전적으로 맡겨두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동계를 대표하는 한국노총은 이런 포괄적인 위임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국회를 거쳐야 하는 법률과 달리 시행령은 국무회의만 통과하면 바꿀 수 있어,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수당 등의 범위가 갈수록 많아지리란 우려에서다.

한국노총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각종 수당에 대한 범주도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규정하자는 의견이다. △노동자의 건강, 노후생활 보장, 안전 등을 위해 회사가 지급하는 보험료 △노동자의 업적·성과 등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에 따라 지급 여부가 갈리는 임금 △경영 성과에 따라 사후적으로 지급되는 성과금 등은 통상임금이 아닌 것으로 법률에 못박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발짝 더 나아가 통상임금이 아닌 각종 수당의 범위를 노사 합의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서 정하는 것도 인정하자고 한다. 이른바 통상임금 ‘개방조항’의 도입이다. 한국노총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다. 회사가 주도적으로 바꿀 수 있는 취업규칙은 물론이고 노조와 합의해야 하는 단협조차 회사 쪽이 힘의 우위에 서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회사 마음대로 될 위험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 노동자 쪽 전문가 위원으로 참여하는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통상임금 제외 가능 대상을 시행령에 열거하거나 노사 합의로 정하게 되면 노조가 약한 사업장의 임금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며 “개방조항을 도입하면 근로기준법상 강행규정(법률에 위반되는 노사 합의는 무효)이 무력화될 수 있어 노총이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계는 또 한 달을 넘겨 지급하는 임금은 통상임금이 아닌 것으로 보자고 요구한다. 요컨대 짝수달이나 홀수달마다 지급하는 상여금 등은 통상임금에서 빼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법원이 한 달마다 주건 두 달마다 주건 정기적으로 주는 임금은 모두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한 만큼 노사정위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통상임금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노동시간 단축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그동안 인정받은 통상임금이 적은 탓에 사용자들은 노동자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를 부담없이 시킬 수 있었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멕시코에 이어 2번째로 긴 연간 노동시간(2013년 2163시간)을 유지해온 배경이다. 연간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는 네덜란드로 1380시간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2020년까지 연간 노동시간을 1800시간으로 줄이기로 2010년 노사정 합의를 해놓고도 통상임금 범위를 넓히는 데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정부·재계 “임금피크제 법으로 정하자”…노총 “정년 연장때만 노사 자율로 결정”

임금피크제

내년부터 정년 60살이 법으로 의무화하는 데 맞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거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문제도 주요 쟁점이다.

재계와 정부는 노동자 정년이 기존 58살에서 2년 늘게 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과도하게 증가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적극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재계는 정년을 보장하는 대신 정년 몇 해 전부터 임금을 깎는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를 법으로 정하자고도 요구한다. 정부도 도입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정년 60살이 의무화된 마당에 정년을 보장하는 대가로 임금피크제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태도다. 대신 정년을 60살 넘겨 늘리는 대신 임금을 깎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해 도입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조사해보니, 전체 사업장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비율은 9.9%였다.

이런 제도 도입을 둘러싼 방법론을 놓고도 물밑 싸움이 치열하다. 대표적인 게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를 둘러싼 대립이다. 재계는 현행법이 취업규칙을 노동자한테 불이익하게 바꾸는 경우 노조나 노동자 과반을 대표하는 이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한 대목을 완화하자는 의견이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변화에 맞춰 임금피크제 도입이나 임금체계 개선을 사용자가 지금보다 손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정년이나 임금체계 등 핵심적인 노동조건을 사용자가 좌지우지하게 되면 노동의 불안정성이 심화한다며 현행법을 그대로 따르자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전종휘 기자


재계 “단계적으로 주 60시간으로”…노총 “주 52시간으로 못박아야”

주당 노동시간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데는 노사정의 의견이 일치한다. 하지만 셈법은 극명하게 갈린다.

2004년 주40시간 노동제를 도입했으나, 현장에서는 주당 최대 68시간까지 합법이다. 근로기준법은 1주에 12시간까지만 연장근로를 허용한다. 따라서 주당 최대 노동시간은 52시간(40+12)이어야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2000년 토·일 이틀간 하는 휴일근로(16시간)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놓는 바람에 68시간(52+16)이 돼버렸다.

하지만 법원이 최근 잇따라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아 상황이 급변했다. 휴일근로를 하루 한 때 휴일근로수당 50%만 받아 온 청소 노동자 등이 연장근로수당 50%를 더 받아야 한다고 제기한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등은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를테면 하루치 통상임금이 5만원이라면, 휴일근로수당 50%만 더해 7만5000원을 준 것은 위법하니 연장근로수당에 해당하는 나머지 50%(2만5000원)을 추가로 주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지 않은 고용부의 행정해석은 폐기 처분해야 할 상황에 내몰렸다.

노사정위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에 참여하는 노사정 모두 1주 최대 노동시간이 52시간이라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이유다. 쟁점은 주당 추가연장근로 8시간을 인정해 1주 노동시간을 60시간까지 인정할 것이냐다. 재계가 “급격한 노동시간의 단축이 산업 분야에 충격을 줄 것”이라며 2024년까지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60시간으로 줄이자고 요구하고 있어서다.

반면 한국노총은 추가연장근로 인정은 법원 판결보다 후퇴한 안이어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으니 주당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못박자는 태도다. 정부는 재계 주장이 과도하다고 보고, 노사 합의를 전제로 1달 동안 24시간, 1년 동안 208시간의 추가연장근로만 인정하자는 안을 내놨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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