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 노동시장 개편 쟁점 (상)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노동자 죽이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 저지! 노사정위원회 규탄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특위)는 정부가 논의 시한으로 못박은 이달 말을 앞두고 잰걸음을 내딛고 있다. 특위의 논의 주제는 노동시간 단축, 통상임금 범위 설정, 정년연장 대책을 비롯해 노동시장 이중구조(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개선, 사회안전망 확충 등이다. 하나하나가 일터에 많은 변화를 몰고올 내용이다. 정부가 논의를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내년부터 정년 60살이 법으로 의무화하는 데다 연간 2100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을 줄여야 할 뿐더러 이와 연관된 통상임금의 범위가 불분명해 현장에서 일고 있는 혼란을 줄이자는 판단이 깔려 있다. 아울러 이에 따른 기업의 인건비 부담과 청년 실업률을 줄이려고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셈법도 깔려 있다. 정부는 이달 안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노사정 모두 개혁 대상이 될 것”이라며 노동계를 압박하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핵심 사안의 쟁점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노총 “회사 맘대로 하겠다는 것”
시행령에 포괄 위임 여부도
정·재계-노동계 팽팽한 대립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계산할 때 기본 단위가 되는 임금이다. 통상임금의 범주에 따라 월급명세서에 찍히는 금액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2013년 12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통상임금의 개념을 정리했으나, 여전히 추상적인 탓에 개별 사업장에서 제기한 소송마다 하급심 판결이 조금씩 엇갈리는 상황이다. 노사정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통상임금의 범위를 법률(근로기준법)로 명확히 하는 게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정부·재계 “임금피크제 법으로 정하자”…노총 “정년 연장때만 노사 자율로 결정” 임금피크제 내년부터 정년 60살이 법으로 의무화하는 데 맞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거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문제도 주요 쟁점이다. 재계와 정부는 노동자 정년이 기존 58살에서 2년 늘게 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과도하게 증가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적극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재계는 정년을 보장하는 대신 정년 몇 해 전부터 임금을 깎는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를 법으로 정하자고도 요구한다. 정부도 도입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정년 60살이 의무화된 마당에 정년을 보장하는 대가로 임금피크제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태도다. 대신 정년을 60살 넘겨 늘리는 대신 임금을 깎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해 도입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조사해보니, 전체 사업장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비율은 9.9%였다. 이런 제도 도입을 둘러싼 방법론을 놓고도 물밑 싸움이 치열하다. 대표적인 게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를 둘러싼 대립이다. 재계는 현행법이 취업규칙을 노동자한테 불이익하게 바꾸는 경우 노조나 노동자 과반을 대표하는 이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한 대목을 완화하자는 의견이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변화에 맞춰 임금피크제 도입이나 임금체계 개선을 사용자가 지금보다 손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정년이나 임금체계 등 핵심적인 노동조건을 사용자가 좌지우지하게 되면 노동의 불안정성이 심화한다며 현행법을 그대로 따르자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전종휘 기자
재계 “단계적으로 주 60시간으로”…노총 “주 52시간으로 못박아야” 주당 노동시간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데는 노사정의 의견이 일치한다. 하지만 셈법은 극명하게 갈린다. 2004년 주40시간 노동제를 도입했으나, 현장에서는 주당 최대 68시간까지 합법이다. 근로기준법은 1주에 12시간까지만 연장근로를 허용한다. 따라서 주당 최대 노동시간은 52시간(40+12)이어야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2000년 토·일 이틀간 하는 휴일근로(16시간)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놓는 바람에 68시간(52+16)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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