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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희망고문·수당 없는 노동…당신 회사도 블랙기업?

등록 2015-03-25 20:01수정 2015-03-25 21:27

청년유니온 ‘블랙기업’ 지표 발표
대학을 졸업한 27살 ㄱ아무개씨는 2013년 말 한 공연기획사에 입사했다. “인턴으로 입사해 3개월 뒤면 정직원으로 채용된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그러나 ㄱ씨가 한 일은 하루에 우편물을 500통씩 부치거나, 먹거리를 사오는 단순 노동이었다. 공연기획사는 3개월 뒤 ㄱ씨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는커녕 해고를 통보했다. ㄱ씨는 “일하고 싶다고 매달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나처럼 허드렛일을 떠맡을 사람을 석달 단위로 수습사원으로 돌렸다”고 말했다. 정규직 채용을 미끼로 인턴·실습·수습으로 청년을 부려먹은 뒤 내팽개치는 ‘정규직 희망고문’의 민낯이다.

방송사에서 2년 계약직으로 일하는 ㄴ아무개(34)씨는 장시간 노동의 괴로움을 호소했다. ㄴ씨는 “야근이 잦은데다 일요일에도 녹화해야 하는데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다”며 “야근이나 주말근무 같은 추가 업무 수당을 따로 챙겨주는 것도 아니다. 그냥 연봉으로 뭉뚱그려 주고 만다”고 말했다. 방송사에선 ‘계약직’이라며 연차 휴가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했다고 그는 전했다.

정규직 꿈에 허드렛일 참았지만
인턴 3개월 뒤 돌아온 건 ‘해고’
휴일수당 없고 연차 맘대로 못써

시민단체와 선정위원회 꾸려
‘제1회 블랙기업 시상식’ 열기로

청년유니온은 25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청년의 삶을 파괴하는 블랙기업-진단과 해법’ 토론회를 열어 상담 사례와 심층면접 등을 토대로 개발한 ‘한국형 블랙기업 지표’를 발표했다. ‘블랙기업’은 일본의 청년들이 열악한 노동 현실을 알리려고 쓰기 시작한 말이다. 곤노 하루키는 자신의 책 <블랙기업>에서 “법에 어긋나는 비합리적인 노동을 젊은 직원한테 의도적·자의적으로 강요하는 기업, 곧 노동 착취가 일상적·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기업”이라고 규정했다. 청년유니온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일하던 20대 계약직 청년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벌어지자, 지난해 11월부터 청년 노동을 착취하는 기업을 폭로하는 ‘한국판 블랙기업 고발 운동’을 벌여왔다.

이날 청년유니온이 공개한 ‘청년의 노동 경험에 근거한 한국형 블랙기업 지표 개발 연구’를 보면 △고용 불안정(정규직 희망고문, 인턴·실습·수습의 무제한 채용, 무질서한 근로계약) △장시간 노동(초과근무 강요, 수당 미지급, 휴식·휴가 사용 제한) △직장 내 괴롭힘(비인격적 대우, 실적 관리 압박, 퇴사를 압박하는 배제) △폐쇄적 소통 구조(문제제기 차단)가 블랙기업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제시됐다. 이 지표는 430건의 청년유니온 노동 상담, 63건의 온라인 제보, 3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12명의 심층 면접 분석 등을 토대로 개발됐다.

발제를 맡은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블랙기업의 행위는 기업이 청년한테 가하는 폭력”이라며 “청년 누구나 ‘내가 다니는 회사도 블랙기업이 아닐까’하는 질문을 던져 자신의 노동을 해석할 수 있게 돕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은 이를 바탕으로 조만간 노동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블랙기업 선정위원회를 꾸려 ‘제1회 블랙기업 시상식’을 열 계획이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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