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설득하기가 가장 어려웠어요.”
리니 쿠스다니(30)는 인도네시아 출신 무슬림 여성이다. 고교 때까지 무슬림 전통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부모는 리니가 다른 집 딸처럼 “외부 활동보다는 가정에 충실하길” 바랐다고 한다. 하지만 리니는 부모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없었다. 그는 인도네시아 여성 노동자들의 인권을 지키는 운동가가 됐고, 시민단체 ‘노동자연합’에서 활동한다. “부모님은 실망하셨지만 1년 뒤 제 결정을 받아들이셨죠.”
리니는 지금 성공회대에서 엔지오(NGO)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대 인권센터(센터장 정진성)가 아시아지역 인권 연구를 증진시키기 위해 신설한 ‘인권과 아시아 펠로십’에 뽑혀 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인도네시아 수출가공지역 카쿵 여성노동자들의 인권’이 연구 주제다.
수도 자카르타 근처 카쿵(차쿵)공단에는 자라, 아디다스, 리복 등 유명 글로벌업체의 의류공장 100여개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리니는 이곳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인권에 주목하고 있다.
“카쿵에서는 노동자의 80%가 젊은 여성이에요. 화장실도 없는 공장에서 먼지를 마시며 일하지만, 죽도록 일해 버는 돈은 월 최저임금인 22만8000원에도 못 미치는 노동자들이 많죠.”
카쿵공단은 1980년대부터 의류 수출단지로 육성됐다. 30여년간 세계 각지에서 투자자들이 모여들었지만 노동자들의 삶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초과노동을 시키고도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공장주가 많아요. 이런 일자리마저 임신이나 출산을 하면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열악한 노동환경은 카쿵공단 내 한국 기업들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리니는 여러 나라 기업들이 진출한 카쿵공단 노동자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서로 연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아시아지역 인권 활동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5·18기념재단에서 운영하는 인턴십에도 참여하고 있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리니 외에 중국, 미얀마,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활동가에게도 각각 500만원의 연구·활동 기금을 지원했다. 기금을 지원받은 방글라데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책임자 라비울 이슬람은 29일 “방글라데시의 인권 상황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내 연구가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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