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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310일…‘슬픈’ 최장기 고공농성

등록 2015-04-01 19:45수정 2015-04-01 22:58

차광호씨. 사진 차광호씨 제공
차광호씨. 사진 차광호씨 제공
스타케미칼 노동자 차광호씨
회사 해산·해고에 맞서
지난해 5월 45 굴뚝에 올라
“일할 여건 만들어졌으면” 대화 호소
차광호(45·사진)씨는 25살이던 1995년 경북 구미 한국합섬에 입사해 옷의 재료인 폴리에스테르 원사를 만들었다. 경영난에 허덕이던 한국합섬은 2007년 파산했고, 스타플렉스가 회사를 인수해 2011년 스타케미칼로 이름을 바꿔 재가동했다. 다시 월급을 받으며 일한 건 잠시. 2013년 2월 스타케미칼도 경영 악화로 해산을 결정했다. 당시 해고 통보를 받은 29명 중 일부는 지난해 5월26일 위로금을 받고 회사와 합의했다. 이를 거부한 11명 중 한 명인 차씨는 합의 다음날 공장 안 45m 굴뚝에 올랐다.

봄꽃 향기가 미치지 못하는 굴뚝 위는 1일도 겨울이었다. 이날로 농성 310일째.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35m 크레인에서 309일을 버틴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역대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을 넘어섰다. 그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생각하는데 마음이 아프다. 빨리 끝나 가족과 밥 한 끼라도 먹는 날을 바란 거지 기록 세우러 온 게 아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같은 시간 그가 속한 금속노조는 서울 양천구에 있는 스타케미칼 모회사 스타플렉스 앞에서 집회를 열어 “극단의 사태로 치닫지 않도록 고용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호소했다. 금속노조와 스타플렉스 경영진은 4차례 교섭을 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스타플렉스 관계자는 “고용을 승계할 회사가 없어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굴뚝 위의 일상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다. 아침밥을 먹고 오전엔 책을 읽거나 안부전화를 받거나 페이스북을 하며 보낸다. 오후엔 오랜 굴뚝 생활로 약해진 건강을 챙기려 운동을 한다. 한 바퀴 돌면 25m인 굴뚝 농성장을 100번 넘게 맴돈다. 매일 저녁 8시 아내와 통화를 하고는 페이스북에 일기를 쓴다. ‘규칙적인 생활’은 지붕 없는 굴뚝에서 눈·비·황사·태풍·추위·더위를 견디는 유일무이한 자구책이다.

이제부터는 하루하루가 아무도 원치 않는 슬픈 기록의 연장이다. 차씨는 “올라올 때 우리가 일할 여건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내려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라도 하니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데 그냥 내려가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차광호씨가 느낀 310일은 밑에서 느끼는 310일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었을 것”이라며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조정자 구실을 못하는 상황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걸 지켜보자니 참담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1일 차광호씨가 셀카 촬영해 보내준 것이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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