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논의하는 노사정 대표자 회의가 5일로 3일째 중단됐다. 앞서 노사정 대표자들은 애초 협상 시한인 3월 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3월31일과 4월1~2일 세차례에 걸쳐 최종 담판을 시도했다. 그러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이에 한국노총(노총)은 3일 오후 1시께 “전향적인 안이 제시되기 전에는 회의 참석이 어렵다”는 뜻을 노사정위원회에 통보했다.
사달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지금껏 대표자 회의가 열리는 장소와 시간을 언론에 한번도 공개하지 않던 노사정위가 태도를 바꿔 이날 오후 4시께 “대표자회의를 노사정위원장실에서 개최한다”고 알려왔다. 노사정위는 이때까지도 노총의 불참통보 사실을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결국 이날 대표자 회의는 무산됐고, 김대환 노사정위 위원장은 오후 6시를 넘겨 기자회견을 열어 “(노총이) 회의를 불참하겠다고 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기자들을 만나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마련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기준 마련은 요건을 명확하게 하자는 것이지 완화하자는 게 아닌데 노총이 국민에게 잘못 전달하고 있다”며 말했다.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회의 공개와 기자회견, 이 장관의 압박성 발언을 두고 노총은 “타결시점을 넘기자 초조해진 정부와 노사정위가 결렬의 책임을 노총에 뒤집어 씌우는 치졸한 행위”라고 반발했다.
애초 지난해 말 노사정위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논의하겠다고 밝힐 때부터 노동전문가는 물론 노총 안에서조차 재계 입장이 반영된 정부안을 밀어붙이기 위해 노동계를 들러리 세우려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논의 과정에서 노총의 주장은 제대로 수용되지 않았고 중재자 역할을 맡은 공익위원들의 의견도 정재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쪽에서 정부·재계·공익이 3:1로 노총을 압박하는 노사정위의 구도는 공정한 논의의 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열린 김 위원장의 기자회견은 노사정위원회마저 노총을 다그쳐 어떻게든 합의를 끌어내려 한다는 오해를 피하기 어려웠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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