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산재사고로 최근 2년간 노동자 10여명이 희생된 현대제철에서 노동자가 작업 중 추락사했다. 노조 쪽은 허술한 회사 쪽의 안전관리를 사고 원인으로 꼽았고, 경찰은 공장 관계자를 대상으로 안전관리 소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5일 인천 중부경찰서의 설명을 들어보면, 3일 오후 6시께 인천시 동구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쇳물 주입 작업을 하던 이아무개(44)씨가 쇳물이 담긴 분배시설에 추락해 숨졌다.
이씨의 동료(25)는 경찰 조사에서 “이씨가 작업을 하다 용광로에 빠져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고 당시 작업장에서 쇳물을 쇳물분배기 주입구에 쏟아붓는 작업을 하다가 2m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과 119구조대는 “사고가 난 시설에 1500~2000도가량의 쇳물이 담겨 있어 이씨의 주검조차 수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20여년 경력의 현대제철 정규직인 이씨는 제강공정을 통해 나온 쇳물로 철강 완제품의 중간 소재를 만드는 기계장치인 연주설비를 가동하는 일을 맡아왔다.
노조 쪽은 사고가 발생한 작업장이 위험한데도 안전 설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대제철 노동자들이 속한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사고 원인으로 △안전난간 미설치 △작업장 바닥에 깔려 있는 미끄러운 쇠볼과 철 분진 △호스와 배선 미정리 △적정 조도 미유지 등을 지적했다. 박세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현대제철에서 잇달아 산재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회사 쪽이 기본적인 안전점검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2013년 5월 충남 당진공장 사내 하청노동자 5명이 용광로에서 나온 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전로’ 안에서 질식해 숨지는 등 그해에만 원·하청 노동자 10명이 숨진 바 있다. 지난해 1월 당진공장에서 냉각작업을 하던 김아무개(53)씨가, 6월에는 전남 순천공장에서 압연 라인 정비를 하던 사내 하청노동자 김아무개(38)씨가 작업 도중 숨졌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2월 현대제철 당진공장을 방문해 안전 관련 예산과 인력 확대를 지시했지만 산재사고가 그치지 않고 있다.
경찰은 현대제철 작업장 내부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분석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확인하는 한편, 공장 관계자를 대상으로 안전관리 소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인천/박경만 기자, 김민경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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