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매장은 일주일 단위로 아르바이트 근무일정을 짜 근무시간이 들쑥날쑥하고 임금이 깎인다는 불만을 사고 있다. 사진은 2014년 5월15일 한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진행된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 한국행동’ 참가자가 맥도날드 캐릭터 분장을 한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맥도날드 매장·영화관·콜센터 등
유연근무제 악용해 일방적 조정
일하고 싶어도 못할 때 많아
때론 날마다 근무시간 바꾸기도
“유연근무? 들쭉날쭉 임금에 고통”
유연근무제 악용해 일방적 조정
일하고 싶어도 못할 때 많아
때론 날마다 근무시간 바꾸기도
“유연근무? 들쭉날쭉 임금에 고통”
“굳이 표현하자면 주품팔이 알바죠. 일주일 단위로 일하고 그만큼 임금을 받으니까요.”
맥도날드 매장에서 ‘라이더’(배달 아르바이트생)로 일하는 서아무개(27)씨는 스스로를 날품팔이에 빗대 ‘주품팔이 알바’라고 불렀다. 서씨는 지난달 첫째 주 23시간, 둘째 주와 셋째 주에는 각각 38시간, 34시간 일했지만 넷째 주에는 다시 21시간으로 근무시간이 줄었다. 서씨가 일하는 맥도날드 매장은 일주일 단위로 근무시간을 짠다. 임금은 일한 만큼 시급으로 주어진다.
들쭉날쭉한 근무시간에 대해 한국맥도날드는 “매장과 크루(아르바이트 노동자) 사이의 상호 합의에 따라 근무시간이 정해지는 유연근무제도로, 특히 학업과 가사를 병행할 수 있어 학생과 주부 사이에 인기가 높은 근무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씨의 설명은 달랐다. 서씨는 “내가 원하는 시간과 매장이 필요한 시간이 같다면 좋은 제도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 근무시간 결정권은 결국 매장에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2월 마지막 주에 서씨는 34시간 근무를 신청했지만 실제로 받아든 근무시간표는 14시간뿐이었다. 근무시간을 짜는 관리자에게 물어봐도 “회사 사정을 보고 매장이 결정한 사항”이라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한다. 임금은 그만큼 줄었다. 서씨는 “불안정한 임금에 월세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1년 동안의 독립생활을 포기하고 부모님 댁에 다시 얹혀살게 됐다”며 허탈해했다.
‘주품팔이 알바’는 도처에 있다. 13일 알바노조에 접수된 사례들을 보면, 영화관이나 콜센터처럼 업무량이 유동적인 곳들이 주로 일주일 단위로 근무시간을 짠다. 지난해 홈쇼핑 콜센터에서 일한 이아무개(30)씨는 “내 일정이 아닌 상품 일정을 따라가던 삶이었다”고 했다. 인기 상품이 팔릴 때는 주 7일을 일했지만, 인기 없는 상품이 방송에 나갈 땐 무급으로 쉬어야 했다. 이씨는 “주 단위로 인력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주문이 떨어지고, 거기에 맞춰 우리 스케줄도 결정됐다”고 했다.
때로는 하루 단위로 근무시간이 변하기도 한다. 롯데시네마에서 일하는 이아무개(23)씨는 새벽 2시30분 마지막 영화에 손님이 한명이라도 들지 않으면 갑작스럽게 ‘조기 퇴근’을 하기도 한다. 이씨는 “손님이 들지 않는 게 내 잘못도 아닌데, 갑자기 일찍 퇴근하게 되고 임금도 그만큼 줄어든다. 고정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돼 있는 건지, 하루하루 회사가 필요한 인력을 충원해주러 나오는 건지 헷갈린다”고 했다.
맥도날드와 롯데시네마 등은 ‘주품팔이 알바’를 ‘유연근무제도’라고 설명하지만, 노동 전문가들은 “유연근무제라기보다 일주일 단위로 근로계약을 새로 맺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이 정하고 있는 유연근무제도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무시간제, 재량근로 정도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근무시간의 총합이 일정하고, 주로 고정 급여를 받는 사업장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품팔이 알바’와 다르다.
최승현 노무사(노무법인 삶)는 “기준이나 원칙이 없기 때문에 매주 계약할 때마다 회사의 힘이 더 많이 작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유연근무가 아니라 노동자를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일주일 단위로 쓰기 위한 제도로 봐야 한다”고 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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