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시기를 독일에서 보낸 문윤영(왼쪽부터)씨와 미국에서 지낸 장태수씨, 한국에서 경험한 송유현씨가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강의실에서 만나 각자가 겪은 노동인권과 관련한 학교 교육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월요리포트] 이 아이들이 자라 노동자가 됩니다
‘외국 노동교육 실태와 한국’ 좌담
‘외국 노동교육 실태와 한국’ 좌담
초·중·고교에서 제대로 된 노동교육을 하지 않는 한국과 달리 독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노동기본권 관련 학교교육이 알차다. 한국노동교육원(현 한국기술교육대 고용노동연수원)이 발표한 ‘선진 5개국 학교 노동교육 실태’를 보면, 미국 학생은 중학교 사회 교과서인 <시민론> 등에서 노동조합·노사관계 등을 배운다. 영국과 프랑스는 시민교육 과정에서 ‘노동에서 권리와 책임’을 체계적으로 가르친다. 독일은 ‘노동지향적 일반교육’이라는 관점 아래 사회·실업 과목에서 토론·체험식 교육을 한다. 한국, 독일, 미국에서 각각 중·고교를 나온 송유현(21)·문윤영(26)·장태수(28)씨가 14일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만나 서로의 경험을 나눴다.
독일
베이비시터·학교알바 모두 계약서
버스파업 탓 늦었다면 교사도 끄덕 미국
사회과 수업서 노동운동사 가르쳐
노동자 권리 확고한 가치관 생기게 송유현(송) 인문계 고교를 다녔는데 노동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런데 특성화고를 다닌 친구들은 현장실습을 하며 부당한 대우를 많이 받았는데, 학교에선 ‘이것도 못 견디면 어디서 일을 하겠느냐’며 되레 나무랐다고 하더라. 장태수(장) 미국 고등학교 사회 수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노동운동의 역사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파업을 하며 근로조건을 바꿔온 걸 보고 보통사람들의 힘이 모이면 큰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여성 노동자,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한 것도 노조다.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노조를 만드는 건 기본적인 인권’이라고 들었고, 이를 부정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문윤영(문) 한국의 일반고에 해당하는 독일 김나지움에 가기 전인 10학년 때 3주간 현장실습을 했다. 노동자랑 똑같이 일하는 거다. 이때 노동권에 대해 많이 들었다. 실습 전에 선생님이 만 15살 이상은 하루 8시간, 만 15살 미만은 하루 7시간 일하고 8시간 일하면 1시간은 꼭 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어기면 선생님이나 담당자한테 얘기해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게 우리의 당연한 권리라고. 송 요즘 청년유니온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제대로 못 받은 월급을 함께 받아내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근로계약서도 안 쓴 경우가 참 많더라. 문 중·고교 때 베이비시터로, 대학생 땐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일하는 시간과 월급 등을 세세하게 근로계약서에 다 썼다. 현장실습 경험 덕에 근로계약서를 쓸 때 내 권리가 무엇인지 좀 더 따져보게 되더라. 장 나도 임금과 근로시간은 노동자의 권리라는 확고한 가치관이 생겼다. 오늘 하지 못한 일은 다음날 출근해서 하면 되는데 한국인들은 당연히 야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더라. 한국에서는 노조를 부정적으로 보지만, 나는 미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할 때 노조에 가입했다. 교장의 인사평가에 따라 월급이 달라지는데, 노조가 있어야 부당한 평가를 받았을 때 나를 보호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송 예컨대 나는 쌍용차 정리해고는 부당하고 철도 파업은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또래 친구들은 관심이 없거나 나쁘게 생각한다. 노동자를 나와 다른 사람, 같이하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이라고 보기 때문일 거다. 문 독일에서 버스 노조가 임금을 올려달라고 파업하면 50분씩 걸어서 학교에 갔다. 그런 날은 지각해도 ‘파업 때문에 걸어오느라 늦었다’고 말하면 선생님이 이해해준다. 철도·버스가 파업해도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적이 없다. 한국에 와서 오토바이 배달원의 위험한 곡예운전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회사와 고객 요구 때문에 빨리 배달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기사를 읽고 다시 보게 됐다. 왜 그런 상황을 부당하다고 말하지 않나 이해되지 않았는데, 오늘 얘기를 들어보니 자기 권리를 배운 적이 없으니 할 말이 없었을 것도 같다. 송 고등학생 때 경기도 청소년 참여위원회 활동을 하며 노동 관련 토론회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참석자들이 학교에서 안 가르쳐주거나 가르쳐도 강사가 한번 하고 가거나 텔레비전으로 보니까 효과가 없다며, 학교에서 의무교육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가르치면 좋겠다고 하더라. 장 내가 미국에서 받은 노동교육이 정말 좋았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안 배우면 살기 바빠서 언제 또 배우겠나. 문 학교에서 노동권을 우리의 권리로 가르치고, 그 아이들이 커서 일하고, 그들의 아이가 다시 학교에서 배우기를 반복하면 부당한 대우도 사라지고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도 만들어질 것 같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베이비시터·학교알바 모두 계약서
버스파업 탓 늦었다면 교사도 끄덕 미국
사회과 수업서 노동운동사 가르쳐
노동자 권리 확고한 가치관 생기게 송유현(송) 인문계 고교를 다녔는데 노동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런데 특성화고를 다닌 친구들은 현장실습을 하며 부당한 대우를 많이 받았는데, 학교에선 ‘이것도 못 견디면 어디서 일을 하겠느냐’며 되레 나무랐다고 하더라. 장태수(장) 미국 고등학교 사회 수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노동운동의 역사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파업을 하며 근로조건을 바꿔온 걸 보고 보통사람들의 힘이 모이면 큰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여성 노동자,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한 것도 노조다.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노조를 만드는 건 기본적인 인권’이라고 들었고, 이를 부정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문윤영(문) 한국의 일반고에 해당하는 독일 김나지움에 가기 전인 10학년 때 3주간 현장실습을 했다. 노동자랑 똑같이 일하는 거다. 이때 노동권에 대해 많이 들었다. 실습 전에 선생님이 만 15살 이상은 하루 8시간, 만 15살 미만은 하루 7시간 일하고 8시간 일하면 1시간은 꼭 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어기면 선생님이나 담당자한테 얘기해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게 우리의 당연한 권리라고. 송 요즘 청년유니온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제대로 못 받은 월급을 함께 받아내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근로계약서도 안 쓴 경우가 참 많더라. 문 중·고교 때 베이비시터로, 대학생 땐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일하는 시간과 월급 등을 세세하게 근로계약서에 다 썼다. 현장실습 경험 덕에 근로계약서를 쓸 때 내 권리가 무엇인지 좀 더 따져보게 되더라. 장 나도 임금과 근로시간은 노동자의 권리라는 확고한 가치관이 생겼다. 오늘 하지 못한 일은 다음날 출근해서 하면 되는데 한국인들은 당연히 야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더라. 한국에서는 노조를 부정적으로 보지만, 나는 미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할 때 노조에 가입했다. 교장의 인사평가에 따라 월급이 달라지는데, 노조가 있어야 부당한 평가를 받았을 때 나를 보호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송 예컨대 나는 쌍용차 정리해고는 부당하고 철도 파업은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또래 친구들은 관심이 없거나 나쁘게 생각한다. 노동자를 나와 다른 사람, 같이하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이라고 보기 때문일 거다. 문 독일에서 버스 노조가 임금을 올려달라고 파업하면 50분씩 걸어서 학교에 갔다. 그런 날은 지각해도 ‘파업 때문에 걸어오느라 늦었다’고 말하면 선생님이 이해해준다. 철도·버스가 파업해도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적이 없다. 한국에 와서 오토바이 배달원의 위험한 곡예운전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회사와 고객 요구 때문에 빨리 배달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기사를 읽고 다시 보게 됐다. 왜 그런 상황을 부당하다고 말하지 않나 이해되지 않았는데, 오늘 얘기를 들어보니 자기 권리를 배운 적이 없으니 할 말이 없었을 것도 같다. 송 고등학생 때 경기도 청소년 참여위원회 활동을 하며 노동 관련 토론회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참석자들이 학교에서 안 가르쳐주거나 가르쳐도 강사가 한번 하고 가거나 텔레비전으로 보니까 효과가 없다며, 학교에서 의무교육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가르치면 좋겠다고 하더라. 장 내가 미국에서 받은 노동교육이 정말 좋았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안 배우면 살기 바빠서 언제 또 배우겠나. 문 학교에서 노동권을 우리의 권리로 가르치고, 그 아이들이 커서 일하고, 그들의 아이가 다시 학교에서 배우기를 반복하면 부당한 대우도 사라지고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도 만들어질 것 같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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