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 회장인 EG그룹 계열사 노조분회장 숨진 채 발견
부당해고 판결로 복직했으나 업무 주지 않아 우울증
“인간다운 경영인 돼 달라”…동료에겐 “똘똘 뭉쳐 투쟁”
부당해고 판결로 복직했으나 업무 주지 않아 우울증
“인간다운 경영인 돼 달라”…동료에겐 “똘똘 뭉쳐 투쟁”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업체인 이지테크 노동자 양우권(50)씨가 “힘들어서 못 버티겠다”는 말을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금속노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는 “양씨가 10일 오전 7시30분께 전남 광양시 집 근처에서 숨진채 발견됐다”며 “숨지기 전 동료한테 전화를 걸어 ‘도저히 힘들어서 더 이상 못 버티겠다. 먼저 갈 수밖에 없다’는 말을 남겼다”고 이날 밝혔다. 양씨는 “새들의 먹이가 되어서라도 내가 일했던 곳에 들어가 보고 싶다. 똘똘 뭉쳐 끝까지 싸워서 정규직화 소송, 해고자 문제 꼭 승리해달라”는 유서를 남겼다.
이지테크에 1998년 입사한 양씨는 2006년 노조를 만들었지만, 한때 50명이던 금속노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이지테크분회 조합원은 지금은 모두 탈퇴하고 혼자 남았다. 양씨도 2011년 4월 해고됐으나 대법원의 부당해고 판결로 지난해 5월 복직했다. 하지만 회사 쪽은 양씨를 원직 복직 시키지 않고 특별한 업무도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동운 포스코 사내하청지회장은 “고인이 노조 활동을 하다 해고된 뒤 우울증과 수면장애에 시달렸다”며 “복직 뒤에도 업무를 주지 않은 채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설치된 사무실에 배치해 많이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양씨는 4년째 진정제, 수면제 등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고 한다.
이지테크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가 회장으로 있는 이지(EG)그룹 계열사다. 양씨는 박 회장에게 “수많은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인간다운 경영인이 되어 달라”는 내용의 유서도 남겼다. 포스코 사내하청지회는 양씨 죽음의 배경에 원·하청 노조 탄압이 있다고 보고 향후 대책을 논의 중이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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