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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공공기관이 비정규직 남발·차별 앞장서

등록 2005-10-05 19:11수정 2005-10-05 21:52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고용 ‘숨죽인 나날’
1003개기관 전수조사

#1.ㅇ씨는 수도권의 한 경찰서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보일러 기사다. 20년 넘게 일한 그는 근로계약서로만 보면 ‘목숨’이 달마다 ‘떨어졌다 붙었다’ 한다. 계약 기간이 1개월 단위로 갱신되는 일용직이기 때문이다. 다른 경찰서에서 일하는 ㅊ씨도 다를 바 없는 처지다. 1997년부터 10년 가까이 청사관리직으로 일했지만, 역시 계약 기간이 1개월이다. 꼬박 한 달을 일해 받는 월급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60만원 선이다.

#2. 노동부 산하 경인지방노동청 경인종합고용안정센터의 ㅊ(37)씨. 애초 일일취업센터의 직업상담원이었던 그는 지난해 8월 노동부의 직제 개편에 따라 사실상 ‘해고’됐다가 일용직으로 다시 채용됐다. 한번 ‘쓴맛’을 본 만큼 그는 자신을 ‘언제 잘릴지 모르는 대체인력’이라고 말한다. 다시 직업상담원으로 복귀하는 것이 꿈이지만 예산이 줄어 아예 ‘잘리는’ 게 아닌가 늘 불안하다.

각 정부부처 비정규직 비율
각 정부부처 비정규직 비율
서울지방노동청에 딸린 서울종합고용안정센터에서 사무보조원으로 일해온 ㄱ씨 등 세 명의 경우를 보면 ㅊ씨의 불안이 기우만이 아니다. 지난해 3월에 이 센터에 입사한 ㄱ씨 등은 올 7월 그만두라는 통고를 받았다. 퇴직금도 못 받았다. 지난 1월 계약해지를 했다가 다시 재입사했으니 퇴직금 지급 요건인 1년 이상의 계속 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ㄱ씨 등은 8월 노동부에 진정을 냈다. 이들은 “센터 쪽에서 1월에 잠시 쉬었다 나오라고 해 24일간 쉬었다 다시 일한 것일 뿐이며 모두 합해 1년5~6개월 계속 일했으니 퇴직금을 지급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현행법에는 1년 이상 계속 근로를 하면 퇴직금을 줘야 한다.

비정규직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비정규직 보호에 앞장서야 할 정부 부처 등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위원장 주대환)는 5일 비정규직 주무 부처인 노동부 등 13개 행정 부처와 그 산하 및 출연 기관, 헌법재판소 등 헌법기관 등 무려 1003개 국가기관 4만5413명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관련기사 6면

민노당이 내놓은 ‘중앙행정기관 등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질병관리본부(64.0%), 농촌진흥청(58.0%), 문예진흥원(56.5%) 등에서는 비정규직 비율이 무려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광기술원 47.4%, 과기부 산하 출연연구기관 42%, 국립암센터 40.6% 등 정부 출연 연구기관 및 산하기관의 비정규직 비율도 매우 높았다.

중앙부처 가운데서는 외교통상부(24%), 건설교통부(23.7%), 환경부(21.8%), 행정자치부(20.3%) 등이 20% 이상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의 남용을 앞장서 막아야 할 노동부조차도 그 비율이 23.5%(직업상담원 제외)에 이르렀다. 더욱이 이들 공공기관에서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거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비정규직에 대한 갖은 편법·탈법 행위가 버젓이 행해지고 있었다.

주대환 민노당 정책위의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민간에 선도적 구실을 해야 할 중앙행정기관 등 공공기관이 비정규직 양산에 앞장서 부채질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과연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근본적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창곤 양상우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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