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쓴 대자보.
연대 송도캠퍼스 청소·경비 노동자들 5개월만에 전원 복직
“인생 더 살았지만, 학생들에 많은 것 배웠다” 고마움 담아
“인생 더 살았지만, 학생들에 많은 것 배웠다” 고마움 담아
지난해 12월 집단 해고됐다 5개월 만에 전원 복직된 연세대 송도캠퍼스 청소·경비 용역 노동자들이 파업 기간동안 자신들을 지지해준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은 대자보를 붙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를 낳고 있다. (▶관련 기사 : 연대 송도캠퍼스 용역직 23명, 해고 5개월 만에 전원복직 합의 https://www.hani.co.kr/arti/society/area/689812.html)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로 시작되는 이 대자보는 연세대 송도캠퍼스 기숙사에서 일하는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쓴 것으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송도캠퍼스에 부착됐다. 대자보를 보면, “지난 겨울 원청인 학교의 구조조정을 묵묵히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모든 것이 낯설고 어떤 식으로 헤쳐나가야 할지 몰랐다”며 “막막한 우리 청소·경비 노동자들에게 학생들의 연대와 지지는 어두운 동굴 속 등불과 같았고 사막의 오아시스였다”라고 씌어 있다.
이들은 이어 “(파업이) 지쳐갈 때쯤 문화제를 열어주고 웃음과 감동을 주었다”면서 “공부만 하고 주위를 챙길 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명문은 학생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고 적었다. 또 “4개월의 긴 투쟁에 계절의 아름다움도 잊고 지날 뻔했다”며 “인생을 더 살았지만 우리 학생들로 인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삶의 터전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의 교육공간과 학생들의 행사에 함께하겠다”며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글로 마무리했다.
이학금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장은 1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이 함께한 덕분에 청소·경비노동자들이 복직하게 돼 이 소식을 학생들에게 먼저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학생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분들을 외면하지 않고 자기 일처럼 도와서 좋은 결과를 얻어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연세대에서 일하는 것이지 용역회사에서 일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일터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 투쟁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은성 연세대 총학생회 네트워크 국장도 “청소·경비 노동자분들이 다시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이 안됐다”며 “대학 본부가 청소·경비 노동자를 간접 고용하면서 불거진 문제인데도 학교 쪽은 책임을 용역업체에 또다시 미룬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소·경비 노동자 해고 문제는 연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학 본부가 청소·경비 노동자를 고용할 때 직접 고용 의지를 갖지 않으면 이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27일 연세대 송도캠퍼스 기숙사에서 청소와 경비 일을 해온 노동자 23명은 용역업체로부터 ‘해고 예고 통지서’를 받았다. 당시 연세대가 용역업체와 재계약을 하면서 최저가 입찰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용역업체는 낮은 가격을 써낸 뒤 우선협상권을 따냈다. 업체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청소·경비 노동자 72명 중 23명을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파업 당시 학생들은 청소·경비 노동자들과 함께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 총무과에 항의 방문하고, 고용승계 촉구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또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바람을 적은 대자보를 학내 곳곳에 붙이기도 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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