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노동계의 반발에도 임금피크제를 강행하며 내세우는 명분은 ‘청년 실업 해소’다. 기업이 60살 정년 연장으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면 청년 신규채용을 꺼리기 때문에, 임금피크제로 부담을 낮추자는 논리다. 고용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의 신규채용자 중 청년(30살 미만) 비율(50.6%)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은 사업장(43.9%)보다 높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노동 전문가들은 임금피크제로 인한 기업 인건비 부담 절감이 반드시 청년 고용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김유선 한국노동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고용부가 내놓은 근거를 보면 300인 이상 기업의 신규채용자 중 청년 비율은 임금피크제 도입(56.6%)과 미도입(48.8%) 기업 간 차이가 있지만, 100~299인 사업장에선 임금피크제 도입(37.2%)과 미도입(37.5%) 기업 간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또 “300인 이상 기업의 청년 신규채용 비율 차이가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경감 때문인지, 기업간 재정적 여력의 차이 때문인지 구체적 분석이 빠져 있다”며 “임금피크제는 고령 노동자의 임금만 깎을 뿐이지 청년을 고용할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실장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기존 노동자의 임금을 동결하고 초임을 삭감했지만 신규채용이 크게 늘지 않았다”며 “노동시간을 줄여 생긴 일자리에 청년을 고용하는 노동시간피크제가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에선 우리나라 정규직 노동자의 평균 근속기간이 7년1개월에 불과해 임금피크제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는 “정리해고, 희망·명예퇴직 등으로 정년까지 일하는 노동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고 기업 비용이 크게 줄지 않는다”며 “기업은 구조조정으로 인력을 꾸준히 감축해왔지만 그만큼 청년 신규채용이 늘어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