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 가이드라인 공청회 무산
노동계 “노동시장 구조개편 위한 요식행위” 비판
고용부 “공청회 자체 무산시키는 것 납득 안된다”
고용부 “공청회 자체 무산시키는 것 납득 안된다”
“노동시장 개혁은 미래세대를 위해….” “이기권은 퇴진하라.”
28일 오후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씨씨엠엠(CCMM) 빌딩. 공청회 장으로 들어가려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을 민주노총·한국노총 조합원들이 막아서자 이 장관이 무엇인가 말을 하려 했다. 그러나 이 장관의 목소리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 즉각 중단하라’ ‘노동부는 국민을 기만하는 공청회를 중단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외치는 두 노총 조합원들의 고성에 묻혀버렸다. 결국 이 장관은 노동자들에게 둘러싸여 갇혀 있다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5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오후 1시30분부터 예정된 공청회는 양대 노총의 반대 속에 오후 2시까지 열리지 못하다 끝내 무산됐다. 시민석 고용부 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듣는 공청회 자체를 무산시키는 건 납득이 안 된다”며 “이 정도까지 상상을 못했고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년 정년 60살 시행을 앞두고 일정 나이에 이른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를 노조나 노동자 동의없이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고용부와 양대 노총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양대 노총은 27일 고용부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하고 공청회를 열겠다고 밝히자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편 강행 명분을 위한 요식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양대 노총 조합원 200여명은 공청회 시작 전부터 씨씨엠엠빌딩을 찾아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굳게 닫혀있던 공청회장의 문은 오후 1시17분께 열렸지만, 이번엔 경찰이 이들을 막아섰다. 양대 노총은 “공청회 하자고 부르고 왜 막느냐”며 경찰을 밀고 들어가 ‘근로기준법 위반하는 취업규칙 박살내자’ 등의 펼침막을 내걸고 “근로기준법을 짓밟는 박근혜 정권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양동규 민주노총 사무부총장은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편 논의가 결렬된 원인을 고민하기보다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하는 가이드라인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가 발표할 가이드라인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해고를 쉽게 하는 방안이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경호 한국노총 공공노련 사무처장은 “경찰을 내세워 공청회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게 이 정부의 현실”이라며 “노동자를 쫓아내면 청년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하는데 공공기관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인턴을 폐지하라”고 밝혔다.
고용부가 추진하려는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사회통념상 합리성 판단요건’을 갖춘 경우 노조나 노동자 과반의 동의가 없이 회사가 취업규칙을 바꿔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임금피크제는 노동자의 임금을 깎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이므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조나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고용부안은 노조와 성실한 협의, 동종산업의 상황, 기업경영 등을 고려해 임금피크제 도입이 합리적이면 회사가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게 했다. 이에 대해 양대 노총은 “근로기준법을 무력화시키는 법 위의 가이드라인”이라며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임금에 대해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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