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김승섭 교수 연구
복직했을땐 두배로 줄어
복직했을땐 두배로 줄어
쌍용자동차의 ‘산 자’(비해고자)와 ‘죽은 자’(해고자)를 가른 정리해고 통지서가 담긴 노란 봉투가 꼭 6년 전인 2009년 6월8일 배달됐다. 정리해고 반대 공장점거파업 중이었던 이진영(가명·45)씨를 대신해, 집에 있던 부인은 노란 봉투를 거절했다. ‘쌍용차 해고자’ 낙인 탓에 3년간 취업하지 못하다 겨우 찾은 하청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이씨는 “매일 그날을 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몸과 마음은 6년이 지나도 해고를 잊지 못했다. 7일 고려대 김승섭 교수(보건정책관리학부) 연구팀이 쌍용차 해고자, 복직자, 자동차 공장 노동자의 건강 상태를 비교한 ‘2015년 함께 살자 희망연구’를 보면 ‘지난 1년간 우울 및 불안장애 경험’이 있는 쌍용차 해고자(75.2%)는 자동차 공장 노동자(1.6%)의 47배에 달했다. 복직자(30.1%)는 해고자보다는 낫지만, 자동차 공장 노동자보다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복직자는 정리해고자였으나 2009년 8월6일 노사 합의로 무급휴직자로 전환됐다 2013년 1월1일 복직된 이들이다. ‘지난 1년간 불면증 및 수면장애 경험’도 해고자(72.2%), 복직자(49%), 자동차 공장 노동자(2%) 순서로 차이가 났다. 이번 연구는 지난 5월31일~6월1일 해고자 142명, 복직자 17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2011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동차 공장 남성·정규직 노동자(422명)’ 근로환경조사 결과와 비교한 것으로, 해고자, 복직자, 자동차 공장 노동자의 건강상태 비교분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고자는 마음뿐 아니라 몸도 아팠다. 해고자 10명 중 9명이 전신피로(88.7%), 두통·눈의 피로(88.4%)를 느꼈는데 복직자(67.1%, 62%), 자동차 공장 노동자(23.1%, 17.2%)로 갈수록 그 수치는 줄어들었다. 피부 문제(42.2%), 복통(35.3%), 호흡곤란(30.8%), 청력 문제(26.5%), 심혈관질환(23.7%)도 해고자가 복직자, 자동차 공장 노동자보다 높았다. 김승섭 교수는 “10년 넘게 일한 회사에서 해고됐다는 배신감, 해고 뒤의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낙인이 6년이 지나도 해고자들의 건강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복직’이 해고자와 복직자의 차이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복직이 최고의 치료제지만 해고자들의 마지막 희망인 회사와의 교섭은 5개월째 제자리걸음이다. 쌍용차 신차 티볼리 생산 계획이 6만대로 늘어났지만, 회사는 “해고자 복직 시점을 이야기할 수 없는 상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진영씨는 “교섭 시작 뒤 희망이 생겼다. 회사가 우리의 고통을 이해해 하루빨리 복직을 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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