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노위, 법적 요건 안 갖춘 원청의 노동자 부당해고 인정
이미 원청과 직접적인 근로계약 상태임을 인정받은 하청 노동자를 하청업체가 해고하더라도 이는 사실상 원청업체가 해고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은 원청의 해고는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지노위가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부당해고를 인정한 건 이례적이다.
강원지방노동위원회(강원지노위)는 8일 동양시멘트 하청업체 노동자의 노조인 강원영동지역노조 동양시멘트지부가 원청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지난 5일 인정했다고 밝혔다. 강원지노위 관계자는 “원·하청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됐기 때문에 하청업체가 아닌 원청의 하청 노동자에 대한 부당해고가 인정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3월 “하청업체 노동자가 원청의 노동자임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하청업체의 근로계약 해지 통보는 원청의 해고 통지”라며 “정리해고 요건을 갖추지 않았고 정규직과 맺은 단체협약 등의 해고 절차도 위반했다”며 강원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다. 다만 강원지노위는 하청노동자들의 해고가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한 부당노동행위라는 노조의 신청은 기각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은 지난 2월 “동양시멘트 사내하청 노동자 240여명은 원청의 정규직”이라며 원·하청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했다. 노동자들이 형식적으로 하청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더라도, 하청업체의 실체가 없고 실제로는 원청업체의 한 부서처럼 운영됐기 때문에 원청이 처음부터 하청업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원청 정규직’을 인정받자마자 해고당했다. 이들이 소속된 하청업체 ‘동일 주식회사’는 노동청 판단이 나온 나흘 뒤 동양시멘트와의 도급 계약 해지를 이유로 이들 노동자에게 28일자 해고를 통보했다. 당시 태백지청 근로감독관은 “강제력이 없다는 걸 알고 고용청 결정에 불복한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몇 년이 걸릴지 모를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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