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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2000년 이후 고공농성, 4380일 동안 1389층 올랐다

등록 2015-07-01 20:04수정 2015-07-02 10:24

기아자동차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소속 최정명(왼쪽)·한규협씨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옥상 광고탑에 올라 불법파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고공농성을 21일째 이어가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기아자동차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소속 최정명(왼쪽)·한규협씨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옥상 광고탑에 올라 불법파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고공농성을 21일째 이어가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그동안
15년간 고공농성 없던 기간 3년뿐
비정규직·해고철회·복직 이유 많아

지금은
스타케미칼 차광호씨 농성 401일
“사람들 응원 덕에 버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강병재씨 84일째
기아차 하청·생탁 노동자도 수십일
45m 높이 굴뚝의 둘레는 25m. 1일로 401일째 경북 구미공장 안 굴뚝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스타케미칼 해고자 차광호(45)씨. 차씨는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으면 몸이 못 버틴다”고 말했다. 농성 중에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굴뚝 위를 걷는 까닭이다.

옷의 재료인 폴리에스테르 원사를 만들던 스타케미칼이 2013년 2월 경영 악화로 문을 닫아 차씨와 동료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일자리를 되찾으려고 차씨는 지난해 5월27일 굴뚝에 올랐다. 차씨는 날마다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을 갈아치운다. 하지만 모회사인 스타플렉스와의 교섭엔 진전이 없다. 사계절이 바뀌는 동안 하늘은 매서운 겨울바람을 보내고 눈과 비를 퍼붓더니 이젠 뙤약볕을 쏟아내고 있다. 차씨는 “동료들과 찾아와주는 사람들 덕분에 버티고 있다”며 “해고자 11명의 힘만으로 고용 문제를 해결하려면 굴뚝농성 말고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새 또다른 9곳에서도 노동자들이 ‘하늘 집’을 지었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경기도 쌍용차 평택공장 안 굴뚝농성 등 6곳의 고공농성은 이런저런 이유로 끝이 났다. 하지만 3곳에선 여전히 농성중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강병재(52)씨는 1일로 84일째 경남 거제시 공장 안 50m 크레인에 매달려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생탁·택시 노동자 송복남(52)·심정보(52)씨도 노동조합 인정과 처우 개선 등을 내걸고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 10m 전광판에 77일째 올라 있다.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정명(45)·한규협(41)씨는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옥상에 있는 10m 높이 광고판에서 21일째를 보내고 있다.

이들이 외치는 비정규직 문제, 해고자 복직, 노조 인정 등은 지난 15년간 하늘로 오른 노동자들의 주된 요구와 다르지 않다. 세상은 좋아지지 않았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가 집계한 2000년 이후 고공농성 108건에서 가장 빈번한 요구 사항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77건)이었다. 고공농성 10건 중 7건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공농성인 셈이다. 해고 철회와 복직(48건), 노동조합 인정(32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노동자들의 고공농성 기간을 다 더하면 12년(4380일)이다. 지난 15년간 고공농성이 없던 날은 3년뿐인 셈이다. 고공농성 노동자들이 오른 높이는 더하면 1389층 건물 높이(4166m)에 이른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박점규 집행위원은 “민주화와 함께 민주 노조운동이 시작된 1987년부터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는 노조가 나름 힘이 있어 고공농성에 의존하지 않아도 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해고에 반대하던 정규직 노동자들에게서 불법파견, 해고, 노조 불인정 등을 겪어도 호소할 곳이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권영숙 노동위원장(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은 “국가마저도 친기업·반노조적인 입장으로 노사갈등을 균형 있게 중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은 늘 고공이었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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