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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408일만에 내려오는 차광호씨…그를 기다린 것은 체포영장

등록 2015-07-08 19:47

지난해 5월 경북 칠곡군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 올라 국내 노동운동 사상 가장 최장기 고공농성을 벌여온 차광호씨가 8일 오후 굴뚝에서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차씨는 애초 이날 오후 2시에 굴뚝에서 내려올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내려오면 체포영장을 바로 집행하겠다’고 주장하자 이날 오후 5시까지 내려오지 않았다.  
 칠곡/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난해 5월 경북 칠곡군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 올라 국내 노동운동 사상 가장 최장기 고공농성을 벌여온 차광호씨가 8일 오후 굴뚝에서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차씨는 애초 이날 오후 2시에 굴뚝에서 내려올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내려오면 체포영장을 바로 집행하겠다’고 주장하자 이날 오후 5시까지 내려오지 않았다. 칠곡/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최장기 굴뚝 농성 마쳤지만
경찰 체포영장 집행에만 열올려

노동자들 “안전하게 내려와
동지들을 만나게 해달라” 호소
408일간의 굴뚝 농성을 마친 스타케미칼 해고자 차광호(45)씨를 기다린 것은 경찰의 체포영장이었다. 힘겨운 투쟁을 벌여온 동료를 따뜻하게 맞을 시간을 달라는 노동자들과,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는 경찰이 맞서면서 차씨는 예정된 시간에 땅을 밟지 못했다.

8일 오후 2시 경북 칠곡군 석적읍 중리 스타케미칼 공장 정문 앞 주차장에 노동자 등 600여명이 모였다. 차씨와 같은 해고 노동자 10명도 포함돼 있었다. 비가 가늘게 내리고 있었지만 모두 희색과 하늘색 우비를 입은 채 자리를 지켰다. 이날 오후 2시, 지난해 5월27일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높이 45m)에 올라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여온 차씨가 내려오기로 돼 있었다. 차씨가 굴뚝에 올라간 지 408일 만이다.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노동자가 이보다 오래 고공농성을 한 적은 없었다. 사람들은 이를 ‘슬픈 신기록’이라 불렀다.

스타케미칼 해고자인 홍기탁(42)씨는 “일단 차광호 동지가 건강하게 땅을 밟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 11명의 동지들이 함께 버티고 싸워왔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창호(42)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고용보장을 받기 위해 이렇게 1년이 넘도록 노동자들이 투쟁을 해야만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했다.

하지만 차씨는 오후 2시가 지나서도 굴뚝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그를 기다리는 노동자들은 차씨가 내려오면 인사할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경찰은 이를 거부했다. 또 노동자들은 차씨를 구급차로 병원으로 옮겨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지만, 경찰은 차씨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만큼 경찰 호송차로 차씨를 병원까지 옮기겠다고 맞섰다. 차씨에게는 업무방해 및 건조물 침입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다.

윤종선 전국금속노동조합 조직실장은 “차광호 동지가 안전하게 내려와 동지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말했다.

스타케미칼 해고자들은 원래 옛 한국합섬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었다. 회사가 부도가 났고 2010년 공장을 인수한 스타케미칼이 지난해 초 폐업 및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차씨 등 노동자들은 이에 항의해 지금까지 투쟁을 벌여왔다. 지난 6일 스타케미칼 모회사인 스타플렉스와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는 해고자들의 고용을 모두 보장해주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양쪽이 주고받은 소송과 고소·고발도 취하하기로 했다.

칠곡/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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