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등 고용현황 분석
정부가 상시·지속 업무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할 정도로 비정규직 확산에 대한 사회의 우려가 커가는 상황인데도, 지난 1년간 국내 10대 재벌 기업의 간접고용 노동자 비율이 되레 1%포인트 늘었다. ‘고용형태’ 의무공시 대상 전체 기업의 같은 기간 간접고용 비정규직 증가율(0.1%포인트)의 10배에 이른다.
■ 10대 재벌 간접고용 1% 증가
8일 <한겨레>가 시행 2년째인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 공시제도’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 7월1일 공개된 10대 재벌사의 고용 현황을 분석해보니 간접고용 노동자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10대 재벌사의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지난해 36.27%에서 올해 37.63%로 1.4%포인트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공시 대상인 300인 이상 노동자가 일하는 기업 3000여곳의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율(2.8%포인트)보다는 낮다. 하지만 임금이 적고 고용도 불안한데다 원청기업의 법적 책임이 없는 협력업체 노동자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 증가율은 10대 재벌사(1%포인트)가 전체 평균(0.1%포인트)보다 높았다. 자산총액 기준 10대 재벌사는 삼성·현대차·에스케이(SK)·엘지(LG)·롯데·포스코·지에스(GS)·현대중공업·한진·한화이며, 공시 대상인 노동자 300인 이상 계열사(2014년 217곳, 2015년 215곳)가 분석 대상이다.
10대 재벌사 중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한진이다. 한진의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지난해 27.6%에서 올해 38.7%로 11.1%포인트 증가했다. 그 뒤를 지에스(8%포인트, 48.1→56.1%), 현대중(4.1%포인트, 62.8→66.9%), 한화(3.6%포인트, 24.1→27.6%), 현대차(1.8%포인트, 33.7→35.5%), 삼성(0.2%포인트, 35.4→35.6%), 롯데(-0.3%포인트, 48%→47.7%), 엘지(-0.5%포인트, 16.2%→15.7%), 에스케이(-1.0%포인트, 28.6%→27.6%), 포스코(-2.0%포인트, 52.2%→50.2%)가 이었다. 한진은 간접고용 노동자 비율이 지난해 21%에서 31.9%로 10.9%포인트 는 게 고용형태 악화의 주된 원인이다. 한진·지에스·현대중 등은 기간제보다 간접고용의 증가가 비정규직 비율 증가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 이들의 주요 계열사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비율이 평균을 넘어선 운수(21.8%), 도소매(22.9%), 제조(25%), 건설(44.6%) 업종이다.
2만3221명 늘어 작년보다 1%p↑
300명이상 기업 3천곳 평균은 0.1%p↑ 비정규직 증가율은 1.4%p 늘어나
(주)한진이 69.6%p 폭증해 최대 현대중, 2년째 비정규직 비율 ‘최고’
GS·포스코도 직원 절반 비정규직 ■ 현대중 2년째 노동자 60% 이상 비정규직 현대중공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았다. 현대중의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66.9%로 지난해 62.8%보다 되레 늘었다. 간접고용 노동자 비율의 증가(3.5%포인트, 60.7%→64.2%)가 배경이다. 현대중 관계자는 “업종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중은 하청업체 노동자의 잇단 산재 사망사고 등 탓에 “‘위험의 외주화’를 멈춰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간접고용이 많은 건설업·편의점 등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지에스(56.1%)와 제철소가 있는 포스코(50.2%)도 노동자 과반이 비정규직이었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은 “제조업은 불법파견 논란이 많고, 서비스업의 새 일자리는 나쁜 일자리 위주로 채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한진 계열사 비정규직 증가 최대 지난해와 올해 모두 고용형태가 공시돼 증감 비교가 가능한 10대 재벌 계열사 207곳 중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10%포인트 넘게 증가한 곳은 18곳이다. 한진 계열사인 주식회사 한진은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69.6%포인트나 폭증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한진은 지난해 공시하지 않은 한진택배 간접고용 택배노동자 5천여명을 올해 공시에 포함시킨 게 ‘폭증’의 원인이라고 해명했다. 간접고용이 많은 업종에서 일자리가 생기거나 합병 뒤에도 기존의 나쁜 고용형태가 유지되는 곳도 있었다. 비정규직 증가율이 두번째로 높은 한진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는 지난해 대비 간접고용 노동자 비율이 40.3%포인트,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43.2%포인트 늘어났다. 한진 관계자는 “지난해 인천 하얏트호텔 건물을 하나 더 지어 새 직원을 기간제나 간접고용으로 고용했다”고 말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고용형태 공시 같은 자율적인 제도만으로 재벌의 비정규직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10대 재벌 고용형태별 노동자 수 비율 증감
300명이상 기업 3천곳 평균은 0.1%p↑ 비정규직 증가율은 1.4%p 늘어나
(주)한진이 69.6%p 폭증해 최대 현대중, 2년째 비정규직 비율 ‘최고’
GS·포스코도 직원 절반 비정규직 ■ 현대중 2년째 노동자 60% 이상 비정규직 현대중공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았다. 현대중의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66.9%로 지난해 62.8%보다 되레 늘었다. 간접고용 노동자 비율의 증가(3.5%포인트, 60.7%→64.2%)가 배경이다. 현대중 관계자는 “업종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중은 하청업체 노동자의 잇단 산재 사망사고 등 탓에 “‘위험의 외주화’를 멈춰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간접고용이 많은 건설업·편의점 등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지에스(56.1%)와 제철소가 있는 포스코(50.2%)도 노동자 과반이 비정규직이었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은 “제조업은 불법파견 논란이 많고, 서비스업의 새 일자리는 나쁜 일자리 위주로 채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한진 계열사 비정규직 증가 최대 지난해와 올해 모두 고용형태가 공시돼 증감 비교가 가능한 10대 재벌 계열사 207곳 중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10%포인트 넘게 증가한 곳은 18곳이다. 한진 계열사인 주식회사 한진은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69.6%포인트나 폭증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한진은 지난해 공시하지 않은 한진택배 간접고용 택배노동자 5천여명을 올해 공시에 포함시킨 게 ‘폭증’의 원인이라고 해명했다. 간접고용이 많은 업종에서 일자리가 생기거나 합병 뒤에도 기존의 나쁜 고용형태가 유지되는 곳도 있었다. 비정규직 증가율이 두번째로 높은 한진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는 지난해 대비 간접고용 노동자 비율이 40.3%포인트,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43.2%포인트 늘어났다. 한진 관계자는 “지난해 인천 하얏트호텔 건물을 하나 더 지어 새 직원을 기간제나 간접고용으로 고용했다”고 말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고용형태 공시 같은 자율적인 제도만으로 재벌의 비정규직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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