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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408일만에 굴뚝 내려온 차광호씨, 2시간만에 유치장 입감

등록 2015-07-08 21:54수정 2015-07-09 03:05

최장기 굴뚝 농성 마치고도
체포영장 ‘대치’에 저녁에야 내려와
가족·동료와 ‘짧은 상봉’ 뒤 입감돼
지난해 5월27일 복직 등을 요구하며 경북 칠곡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 올랐던 차광호씨가 8일 오후 408일 동안의 농성을 마치고 굴뚝에서 내려와 가족을 잠깐 만난 뒤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칠곡/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난해 5월27일 복직 등을 요구하며 경북 칠곡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 올랐던 차광호씨가 8일 오후 408일 동안의 농성을 마치고 굴뚝에서 내려와 가족을 잠깐 만난 뒤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칠곡/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자본의 하수인인 경찰이 마지막 내려갈 때조차도 노동자들을 가로막습니다. 동료들이 있어서 지금까지 왔으며 힘든 시간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8일 저녁 7시 경북 칠곡군 석적읍 중리 스타케미칼 공장 안 굴뚝 위에서 이 회사 해고자 차광호(45)씨는 이렇게 외쳤다. 굴뚝 아래에는 차씨의 어머니와 아내 등과 지금까지 함께 싸워온 동료 노동자들이 차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장 밖 담벼락에서는 공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다른 노동자들이 차씨에게 “수고했어, 빨리 내려와”라고 외쳤다.

저녁 7시23분 차씨를 태운 크레인이 땅에 닿았다. 차씨의 가족과 노동자들이 차씨를 끌어안고 울었다. 차씨는 이날 오후 2시에 내려오기로 돼 있었다. 차씨를 따뜻하게 맞을 시간을 달라는 노동자들과,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는 경찰이 맞서면서 차씨는 예정된 시간보다 5시간 늦게 땅을 밟았다.

차씨는 지난해 5월27일부터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높이 45m)에 올라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여왔다. 408일 만에 땅을 밟는 것이다.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노동자가 이보다 오래 고공농성을 한 적은 없었다. 사람들은 이를 ‘슬픈 신기록’이라 불렀다.

8일 오후 농성을 마치고 굴뚝에서 내려온 차광호씨가 가족과 만나 포옹하고 있다. 칠곡/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8일 오후 농성을 마치고 굴뚝에서 내려온 차광호씨가 가족과 만나 포옹하고 있다. 칠곡/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차씨의 어머니 오정자(73)씨는 “지난 408일 동안 굴뚝 아래에서 아들의 흐릿한 모습만 보며 애간장을 태웠다. 아들을 품에 안게 돼서 너무 기쁘고, 아들이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며 울었다. 스타케미칼 해고자 홍기탁(42)씨는 “차광호 동지가 건강하게 땅을 밟게 되어서 기쁘다. 11명의 동지들이 흩어지지 않고 함께 버티고 싸워왔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게 된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굴뚝 아래에는 경찰 500여명이 업무방해 및 건조물 침입 혐의로 차씨에게 발부돼 있는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그를 기다렸다. 공장 밖에는 노동자 600여명이 차씨를 맞이하기 위해 기다렸다. 노동자들과 경찰은 오후 늦게 차씨의 가족과 동료 등 8명만 공장 안으로 들어가 차씨를 맞이하도록 합의했다. 이날 땅을 밟은 차씨는 우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오후 9시20분께 칠곡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다. 스타케미칼 노사 양쪽이 그동안 주고받은 소송과 고소·고발도 취하하기로 했는데도 경찰이 끝내 체포영장을 집행했기 때문이다.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적은 있으나, 실제 농성을 마치자마자 집행된 경우는 이례적이다.

폴리에스테르섬유 원사 생산업체인 스타케미칼 해고자들은 원래 옛 한국합섬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었다. 회사가 부도가 나고 2010년 공장을 인수한 스타케미칼이 지난해 초 폐업 및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차씨 등 노동자들은 이에 항의해 지금까지 투쟁을 벌여왔다. 지난 6일 스타케미칼 모회사인 스타플렉스와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는 해고자들의 고용을 모두 보장해주기로 합의했다.

칠곡/김일우 기자, 김민경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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