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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KTX 전 승무원들, 남은 건 빚뿐…“10년 싸움 허무하게 끝낼순 없어”

등록 2015-07-22 19:44수정 2015-07-23 10:32

전 케이티엑스(KTX) 승무원 문은효(맨 오른쪽)씨가 22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열린 ‘케이티엑스 승무원 직접고용 및 시민안전 외주화 중단 촉구 3000인 선언’ 기자회견 도중 세살배기 딸한테 음료수를 주고 있다. 2010년 1심 승소 때 8개월이던 첫째(아들)는 어느덧 6살 어린이가 되었다. 전 승무원들과 선언 참가자들은 승무원 직접고용과 안전업무 외주화 중단,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양심적 판결 등을 촉구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전 케이티엑스(KTX) 승무원 문은효(맨 오른쪽)씨가 22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열린 ‘케이티엑스 승무원 직접고용 및 시민안전 외주화 중단 촉구 3000인 선언’ 기자회견 도중 세살배기 딸한테 음료수를 주고 있다. 2010년 1심 승소 때 8개월이던 첫째(아들)는 어느덧 6살 어린이가 되었다. 전 승무원들과 선언 참가자들은 승무원 직접고용과 안전업무 외주화 중단,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양심적 판결 등을 촉구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서울역 앞에 다시 선 문은효씨
2010년 엄마 품에서 1심 승소의 기쁨을 함께한 8개월 아기는 6살 어린이가 돼 엄마 곁에 섰다. 22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열린 ‘케이티엑스(KTX) 승무원 직접고용 및 시민안전 외주화 중단 촉구 3000인 선언’ 기자회견에 엄마와 나온 아이는 10여명의 케이티엑스 전 승무원 ‘이모’들과 손팻말을 나눠 들었다. “파기환송심 양심적인 판결을 촉구한다.”

아이는 연신 “덥다”고 칭얼댔다. 꿈에 그리던 케이티엑스 승무원이 돼 온 나라의 철로를 누비다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내걸고 싸운 서울역 앞에 다시 선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전 케이티엑스 승무원 문은효(34)씨는 “10년 넘은 싸움을 허무하게 끝낼 수 없다”며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아이를 데리고 서울역 앞으로 달려왔다. 24일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앞둔 동료 32명의 마음도 문씨와 다르지 않을 터.

대법원이 2월26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정규직”임을 인정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뒤 문씨와 동료들의 오랜 ‘악몽’이 다시 시작됐다. 문씨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직장으로 돌아올 길이 그만큼 멀어졌다. 문씨는 2006년 5월15일 해고 뒤 두 아이를 낳은데다 이력서에 드러날 ‘파업 3년’의 공백을 설명할 길을 찾지 못해 주부로 지내왔다. 문씨는 1심 승소와 함께 임금지급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2008년 11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4년간 매달 받은 월급 8640만원도 되돌려줘야 한다. 케이티엑스 전 승무원 34명이 받았다가 돌려줘야 할 돈은 모두 29억3760만원이다.

1심 승소 기쁨 함께한 젖먹이
이제 6살 돼 엄마·이모들과 나란히
24일부터 파기환송심 싸움
4년치 급여 8천여만원도 되갚아야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님을…
1%의 희망이라도 남아 있다면”

케이티엑스 승무원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 일지
케이티엑스 승무원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 일지
“대법원 판결 뒤 사람들 사이에서 돈, 이혼, 파산 같은 말이 섞인 대화가 오갔어요.” “애초 회사는 케이티엑스가 없어지지 않는 한 할머니가 될 때까지 다닐 수 있다고 장담했어요. ‘할머니 승무원’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싸우며 기다렸는데, 복직의 꿈은 가물가물하고 그 큰돈은 어찌 갚아야 할지….” 문씨의 입에서 한숨처럼 말이 새어 나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터널을 벗어나고자 삶을 포기한 동료가 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뒤인 3월16일, 케이티엑스 전 승무원이 세살 난 딸을 남겨둔 채 목숨을 끊었다. 34명으로 시작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당사자가 애초 34명에서 33명으로 줄었다.

문씨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믿고 싶다고 했다. 아직 파기환송심과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어서다. “다들 파기환송심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낮다고 하고 저도 그걸 모르진 않아요. 하지만 1%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주저앉아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요.”

대법원의 2월26일 판결이 그간 육아와 재취업으로 바쁘게 지내던 케이티엑스 전 승무원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이들은 3월부터 1인시위, 선전전,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문씨도 남편한테 두 아이를 맡기고 서울역 앞 1인시위를 벌여왔다.

“비정규직 철폐 투쟁”, “직접고용 쟁취하자”. 문씨는 스물다섯이던 2006년 3월1일부터 이런 구호를 외치며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로 거리를 뛰어다녔다. 20대 여성 노동자들이 단식·점거·고공농성 등 온갖 방법으로 외쳐도 철도공사가 꿈쩍하지 않자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법원이었다. 2008년 11월 첫 소송을 제기한 뒤 1심과 2심에서 승소했지만, 대법원은 이들이 “철도공사의 정규직이 아니다”라며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24일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앞둔 문씨가 곱씹듯 말했다. “철도공사가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고, 철도공사의 지시를 받으며 정규직인 열차팀장과 함께 고객 안전 업무를 맡았기에 철도공사의 직원이라 믿었어요. 우리가 절박하게 싸운 이유를 노동자의 처지에서 한번만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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