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의 고용 형태 공시제를 보면 300인 이상 대기업에 다니는 노동자 10명 중 4명(37%)이 비정규직이다.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구미, 기초단체 중 2번째 제정
정규직 전환·지원사업 등 전무
근로자 건강센터 개소가 전부
시 “현실과 안맞아서” 변명만
정규직 전환·지원사업 등 전무
근로자 건강센터 개소가 전부
시 “현실과 안맞아서” 변명만
경북 구미시의회는 2012년 11월21일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비정규직 권리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당시 전국에서 이 조례가 만들어진 기초자치단체는 광주 광산구(2012년 4월10일 제정)뿐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7개 광역자치단체와 10개 기초자치단체가 이 조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 조례의 제5조(근로조건 향상 사업)에는 ‘구미시장이 공무원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관련 교육을 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향상을 위해 각종 지원 사업 등을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제6조(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는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제9조(최저임금 준수 노력 등)에는 최저임금 준수를 위해 홍보와 사업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녹색당 구미당원모임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구미시로부터 받아 17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구미시는 이 조례에 들어 있는 정책을 거의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미시는 이 조례가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공무원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관련 교육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향상을 위한 지원 사업도 전혀 없었다. 구미시와 구미시 산하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은 2013년 이후 단 한명도 없었다.
또 최저임금 준수를 위해 시행한 홍보와 사업 등도 전혀 없었다. 구미시가 수탁기관을 선정하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심사 기준에 반영(제6조)한 적도 없었다. 구미시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처우 개선 및 차별 해소(제7조)를 위해 한 일은 ‘근로자건강센터 개소’가 전부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일자리를 소개(제5조)해준 사례와 관련해서는 ‘구미고용센터로 안내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이 조례를 대표발의했던 김수민 전 구미시의원은 “조례 제정 당시에도 구미시는 조례 내용을 축소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는데 그냥 소신대로 조례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후 구미시는 만들어진 조례를 불이행하는 식으로 의회가 만든 조례에 불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미시 노동복지과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어려운 측면이 좀 있다. 정규직인 공무원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교육을 한다는 것도 좀 맞지 않다. 제정된 조례가 현실과 좀 안 맞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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