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노동

눈물어린 싸움 10년 4개월…이주노조 마침내 합법화

등록 2015-08-20 19:50수정 2015-08-20 22:06

설립신고증 받은 노동자들 웃음꽃
고용노동부, 대법원 합법판결에도
거듭 규약 트집잡아 두달 미뤄와
노조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투쟁”
20일 오전 서울 중구 삼일대로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노동청으로부터 노동조합 설립 신고 필증을 받은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 노조위원장(왼쪽 둘째)과 조합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이로써 이주노조는 2005년 4월24일 출범 선언을 한 지 10여 년 만에 합법노조가 됐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0일 오전 서울 중구 삼일대로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노동청으로부터 노동조합 설립 신고 필증을 받은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 노조위원장(왼쪽 둘째)과 조합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이로써 이주노조는 2005년 4월24일 출범 선언을 한 지 10여 년 만에 합법노조가 됐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근로기준법조차 사문화된 현장에서 노동기본권을 보장받고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할 투쟁을 펼치겠다.”

2005년 4월24일, 이주노동자 100여명이 민주노총 앞에서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주노조)의 출범을 알리며 한 다짐이다. 하지만 2005년 6월3일 고용노동부는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는 조합원 자격이 없다”며 이들의 조합 설립신고를 반려했다. 그뒤 강산이 바뀔 10년여 긴 세월 동안 이주노동자들의 법정 안팎을 넘나드는 지난한 권리 확보 투쟁이 이어졌다. 그 사이 출범선언문을 읽은 아노아르 후세인 초대 위원장 등 여러 위원장이 강제추방됐다.

20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이들한테 노조 설립 신고증을 발급했다. 6월25일 대법원이 이주노조 합법화 판결을 하고도 두달 가까이 시간이 흐른 뒤다. 이날로 25일째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농성을 하던 우다야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의 꺼칠해진 얼굴 위로 가을바람 같은 웃음이 번졌다. “이주노조 합법적 지위를 즉각 인정하라”고 쓰인 몸자보를 입은 이주노동자들도 우다야라이 위원장 곁에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낮의 무더위에 얼굴에 맺힌 땀방울과 눈물방울이 서로를 보듬었다. 우다야라이 위원장은 “합법적인 노조로 회사와 교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조합원과 이주노동자들에게 빨리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주노조는 노조 설립 신고증을 받은 뒤 “전국 곳곳에서 임금체불과 폭력, 폭언 등 인권과 노동권 탄압에 노출된 이주노동자들의 노예 사슬을 끊어내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합법노조로서 임금·단체협약 교섭과 조직화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겠다는 다짐이다.

이주노조의 지난 10년은 이주노동자의 노동3권을 부정해온 고용부에 맞선 저항의 역사일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노동권의 깊이와 넓이를 더해온 전인미답의 길이었다.

이주노조는 2005년 고용부의 설립 신고 반려에 맞서 노조 설립 신고 반려 취소소송을 냈다. 2007년 2월1일 서울고등법원은 1심을 뒤집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노조 결성권은 보장돼야 한다”며 처음으로 이주노조를 인정했다. 그러나 고용부의 상고와 법원의 소극적 태도 탓에 ‘대법원 최장기 계류사건’으로 8년을 보내야 했다.

대법원 판결 뒤에도 고용부는 이주노조 규약의 ‘연수제도 폐지, 이주노동자 합법화 쟁취’ 등의 문구가 ‘정치 운동’을 목적으로 한다며 거듭 수정을 요구했다. 이주노조는 결국 고용부가 문제삼은 표현을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며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위향상을 꾀한다’고 바꾼 뒤에야 노조 설립 신고증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