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세종로 광화문광장 옆 차로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편’ 중단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가려다 경찰에 가로막히자 연좌 농성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 복귀를 계기로 27일 열린 노사정 4인 대표자 간담회에서 공공부문 임금피크제를 다룰 별도의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는데도, 정부는 28일 중앙공기업에서 지방공기업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압력을 강화했다.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은 “정부가 노사정 대화의 기본 정신을 어기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8일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등이 추가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결정했다”며 “이달 말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은 50곳이 넘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전체 316개 공공기관 중 임금피크제 도입을 결정한 공공기관은 이달 말까지 50곳을 넘을 전망이다. 기재부가 애초 예상한 40곳을 훨씬 웃돈다.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를 공공기관 경영평가 점수에 반영하겠다고 하는 등 전방위로 압박을 가한 탓이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박준형 정책실장은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일찍 도입한 공기업일수록 경영평가 때 가산점을 더 주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예산·정원 등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며 공공기관을 몰아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27일 노사정 4인 대표자 간담회에 앞서 고용노동부·기재부·노사정위에 “노사정 간의 관련 논의가 예정된 상황에서 원활한 노사정 대화가 진행된 이후로 임금피크제 조기 도입 계획 추진을 유보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휴전’이 아닌 ‘확전’에 가깝다. 예컨대 행정자치부도 28일 “경영평가 때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은 지방공기업은 최대 2점까지 감점하고, 조기 도입한 곳은 1점을 가점해줄 방침”이라며, 모든 지방공기업에 다음달 중으로 임금피크제 추진 계획을 제출하라고 압박했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당국자는 “공공기관마다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가 정해졌고, 그에 따라 경영평가를 달리하는 게 결정된 상황에서 당장 중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공공부문 임금피크제 도입을 노사정위에서 논의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며, 노사정 4인 대표자 간담회 합의 사항을 사실상 부정하는 발언도 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어 “정부가 힘의 논리를 앞세워 공공기관에 강제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은 노사정위 대화의 판을 깨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이인상 위원장도 “임금피크제를 강행하는 정부의 태도는 노사정 대화의 근본 정신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김민경 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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