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중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이 3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앞에서, 회사 쪽에 ‘해고자 복직 시한 명시’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평택/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김득중 지부장 ‘복직기한 명시’ 단식
올해 초 5년여만에 노사교섭 했지만
사쪽, 시한 안 정해 해고자들 고통
“벼랑끝 삶…무작정 기다릴 순 없어”
올해 초 5년여만에 노사교섭 했지만
사쪽, 시한 안 정해 해고자들 고통
“벼랑끝 삶…무작정 기다릴 순 없어”
해고노동자 두 명이 경기도 쌍용차 평택공장 안 70m 굴뚝에 오르고 한 달이 흐른 1월21일 쌍용차 노사가 마주앉았다. 2009년 정리해고 이후 5년5개월 만에 열린 노사 교섭이었다. ‘쌍용차 해고자 복직’의 디딤돌이 되리란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 7개월은 해고노동자들한테는 ‘희망고문’의 시간이었다. 핵심 쟁점인 ‘해고자 복직’ 논의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탓이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이 31일부터 경기 평택 쌍용차공장 앞에서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 배경이다. 김 지부장은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노조가 해고자 전원 동시 복직에서 한 발 물러서 순차적 복직까지 양보했지만 회사는 복직 시한은 못박지 못하겠다는 태도”라며 “벼랑 끝에 서 있는 해고자들로서는 몇 년이 될지 모를 복직을 무작정 기다릴 수 없기에 복직 시한 명시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공농성, 단식, 오체투지, 대한문 분향소 농성까지 해고노동자들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봤으나 회사의 ‘기약없는 복직’이라는 절벽 앞에 다시 마주섰다. 김 지부장의 단식은 작은 물꼬라도 터보자는 ‘몸부림’인 셈이다.
김 지부장은 지난 일곱달 동안의 교섭에서 회사가 보여준 태도에 대해 ‘해고자의 절박한 마음을 악용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최근 회사 쪽은 “모든 것을 확 까놓고 심도 있게 논의하자”고 제안해놓고도, 실제 교섭에서는 그간 고수해온 ‘경영 상황 탓에 복직 시기를 명시할 수 없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부장은 “‘해고자들의 파탄 난 삶’을 위해서라도 교섭을 통한 사태의 마무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참담함 속에 자존심까지 죽여가며 교섭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않았다”며 “하지만 인내의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쌍용차 정리해고는 정당하다”는 지난해 11월 대법원 판결로 동료와 그 가족 28명을 다른 세상으로 떠나보낸 해고자들의 눈앞에서 ‘법의 문’은 닫혔다. 극심한 사회적 상처를 남긴 쌍용차 문제의 해법은 사실상 노사 간 ‘대화’로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식은 계속되지만 쌍용차지부는 대화의 끈을 놓지는 않을 계획이다. 김 지부장은 “복직을 위해 싸운 해고자 185명 중 한 명도 포기할 수 없고, 단계적·순차적으로 복직하더라도 기한은 반드시 명시돼야 한다”며 “교섭을 통해 복직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회사는 쌍용차가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진전된 안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쌍용차 노사는 9월1일 다시 교섭을 열기로 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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