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비정규직지회, 총회에서 638명 중 384명 반대
현대자동차 노사가 사내하청 2000명을 근속 기간을 일부 인정해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하는 데 합의했으나 울산비정규직지회 총회에서 부결됐다. 신규채용의 ‘실리’보다 2003년 노조 설립 뒤 한결같이 내세운 불법파견 정규직화라는 ‘명분’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는 21일 2000명 신규채용 잠정합의안 찬반을 묻기 위한 총회를 열었으나 참가자 638명 중 384명(60.1%)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날 투표에는 전체 717명 조합원 중 638명이 참여했으며, 찬성은 244명(38.2%)에 그쳤다.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교섭을 해온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대표단,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 울산비정규직지회 등은 지난 14일 2012년 7월 말 이전 직접생산 하도급업체 입사자 중 2000명(2016·2017년 각 1000명씩)을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로 특별채용하는데 잠정 합의했다. 노사는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 손해배상 소송 등 모든 민형사상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이를 전제로 직접생산 하청업체 노동자가 신규채용되면 근속기간을 단계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경력을 일부만 수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날 조합원 총회에서 잠정 합의안이 통과되면 비정규직지회는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 등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은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취하하고, 금속노조와 지회의 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 고소·고발(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을 취하하거나 탄원서를 내게 됐다.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2003년 노동조합을 만들어 파업, 당시 노동부 진정, 정몽구 회장 고소,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 등을 통해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위해 싸워왔다. 이 때문에 울산비정규직지회 안팎에서는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근속만 일부 인정된 선별 채용에 합의했다”며 “지난해 현대차와 아산·전주 비정규직 지회 등이 4000명 신규채용에 동의한 8·18 합의와 마찬가지로 현대차에 불법파견 면죄부를 줬다”고 이번 잠정 합의를 비판하며 부결운동을 벌여왔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