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왼쪽)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사정위원회 제89차 본위원회에서 김대환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는 동안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노사정위는 이날 회의에서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에 서명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노동자 2명 중 1명은 지난 15일 노사정 합의로 해고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노사정 합의 내용을 모른다는 응답도 69.7%나 됐다.
민주노총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24일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지난 19~23일 진행된 설문에 참여한 노동자 803명 중 53.8%가 노사정 합의로 “해고가 늘어날 거라 우려된다”고 답했다. 취업규칙을 노동자 동의 없이 사용자가 임의로 변경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81.2%가 압도적으로 ‘우려한다’고 답했다. 민주노총이 이번 합의로 해고·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가이드라인이 발표돼 ‘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할 거라 비판하는 데 대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공감한 셈이다.
“합의가 누구의 입장이 가장 많이 반영되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32%가 정부·청와대, 29.3%가 기업가, 11.8%가 노동자라고 답해 노동자보다는 정부·청와대·기업가의 입장이 반영된 ‘불공평한 합의’로 평가했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를 내세워 임금피크제가 포함된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강조했으나, 청년 실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응답자의 59.2%는 “청년 실업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고, 29.3%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노사정 합의를 ‘노동 개혁’이라며 홍보하고 있지만 응답자의 69.7%가 “합의 내용을 모른다”고 답했다. 합의 내용을 안다고 답한 응답자(65.8%)가 합의 사실을 모른다고 답한 응답자(42.5%)보다 해고에 대한 우려가 더 컸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노사정 합의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자기 구미에 알맞은 부분만 홍보하다보니 내용을 제대로 아는 노동자가 많지 않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노동자들은 이번 노사정 합의로 자신이 언제라도 해고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