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편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묻고자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앞에 설치한 국민투표장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장그래살리기 운동본부가
첫 개설한 지 6일째
“설치 문의 잇달아”
다음달 12일까지 진행
“전국 1만곳” 목표
첫 개설한 지 6일째
“설치 문의 잇달아”
다음달 12일까지 진행
“전국 1만곳” 목표
“박근혜 노동정책이 개혁인지 개악인지 직접 투표로 말해주십시오!”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앞에서 길을 건너는 사람들 사이로 국민투표실행본부 황철우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불법파견 정규직화’ 싸움을 벌였던 기륭전자 노동자 윤종희씨도 그 옆에서 ‘박근혜 정부 노동정책, 개혁인가? 재앙인가?’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돌렸다.
노사정위원회 합의, 새누리당의 노동법 개정안 등 지난달 발표된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편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지난 7일부터 진행 중이다. 이날 홍대 앞에 등장한 ‘국민투표소’에서 투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5~6명씩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대학생 염덕경(21)씨는 “노동시장 구조개편이 노동자보다는 기업에 유리한 것 같다”며 “지금도 노동자들의 처우가 좋지 않은데 일자리까지 불안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학원생인 신아무개(26)씨도 “노동시장 구조개편에 이어 오늘 역사 교과서 국정화까지 발표된 걸 보면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해고도 쉬워지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정책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투표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투표 기표소에 새겨진 그림을 그린 화가 신주욱씨는 투표 참여 시민들의 캐리커쳐를 그려주며 화답했다. 세월호 관련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작품을 그렸던 신씨는 “쉬운 해고가 가능한 노동시장 구조개편이 현실화되면 곳곳에 제2의 쌍용차가 생길 것 같아 직접 거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당 당사 뒤에도 국민투표소가 섰다. 그 옆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강경노조 때문에 (회사가) 문을 닫았다”는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금속노조 방종운 콜트악기지회장이 8일째 단식농성 중이다. 방종운 지회장은 “콜트·콜텍처럼 흑자를 내던 회사가 정리해고를 해도 법원이 인정해줬다”며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기는커녕 해고를 오히려 쉽게 하려는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편에 반대하기 위해 농성 시작과 함께 투표소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 당사 앞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세월호 진실규명 1인 시위를 하는 주부 홍은주(40)씨는 “정부가 쉬운 해고로 정규직은 자르고 비정규직도 되레 늘리려 해 우리 아이들이 클 때까지 괜찮은 일자리가 남아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554명의 제안으로 시작한 국민투표는 6일째를 맞는 12일부터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민투표 첫날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정리해고 하이디스 농성장, 광화문역 장애인 농성장, 강남역 앞 노점상,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기아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고공농성장 앞, 영등포구 새누리당사 앞 정리해고 콜트·콜텍 농성장 등 투쟁 현장을 중심으로 세워졌던 투표소는 연이은 설치 문의와 간이 투표소 보급으로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화가 신주욱씨, 동화작가 김해원씨 등 예술가들의 재능기부 등도 힘을 보탰다. 국민투표를 준비한 ‘장그래 살리기 운동본부’ 박점규 대변인은 “국민투표는 시민들이 자주 오고 가는 생활공간에 스스로 투표함 1만 개를 설치해 노동시장 구조개편에 대한 국민의 뜻을 묻고자 하는 자발적인 시민운동”이라고 설명했다. 국민투표는 오는 11월12일까지 진행되며 누구나 온라인 투표소(www.votechange.kr) 등을 통해 투표함 설치를 요청하고 투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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