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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독일기업 인턴 13명…왜 2명만 갔나

등록 2015-10-22 19:45

‘주먹구구’ 정책사업에 우는 청년들

지난 2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수빈(가명)씨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7월에 낸 ‘독일 강소기업 해외인턴’ 모집공고를 보고 응모해 합격했다. 독일에서도 손꼽히는 견실한 중소기업에 들어가 여섯달 동안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 13명 모집에 144명이 지원해 11 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이 사업은 청년고용 문제 해소책의 일환으로 고용노동부가 진행하는 ‘케이무브’(K-MOVE) 사업의 하나다. 김씨는 “공공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위탁받아 진행해 믿음이 갔고, 여섯달 뒤 정규직 전환 기회도 있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8월10일 서울 서초고용센터에서 시작된 2주 교육에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단 쪽에서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공단은 대학 재학생은 여섯달짜리 인턴 비자를 받을 수 있으나, 졸업생은 석달 이상 체류가 불가능한 워킹홀리데이 비자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애초 공고문엔 신청자 자격 조건으로 “대졸(졸업예정자 가능)”이라고 적혀 있었고, 인턴 합격자 대부분은 졸업자였다. 공단 쪽이 가장 기초적인 비자 발급 자격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청년실업 해소 위한 ‘케이무브’사업
11대 1 경쟁률 뚫고 ‘13명’ 뽑혔지만…

“6달짜리 인턴비자는 재학생만 가능”
주관한 산업인력공단서 황당 통보
애초 지원자격에 ‘대졸’로 공고

대졸자 10명이 비자문제로 발 묶여
“더는 못기다려” 고용취소한 기업도

공단 쪽은 “독일 쪽과 양해각서를 맺을 계획이니 일단 기다리라”고 했다. 하지만 출국 예정 시기인 8월과 9월이 지나도 공단 쪽은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망생들은 다른 외국기업 인턴에 면접 보러 갈 기회를 놓쳤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인턴에 지망한 이도 있다. 결국 김씨는 최근 공단 쪽에 인턴 포기 의사를 밝혔다. 김씨는 “넉달 가까운 시간만 허비한 셈이 돼 허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독일 기업체에서 9월1일부터 인턴으로 일하기로 돼 있던 유승미(가명)씨는 9월 중순 해당 기업에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고용을 포기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유씨는 9월 초 서울 중구에 있는 독일 대사관을 찾았다. 대사관 쪽은 “당신들이 취업 비자로 독일에 갈 가능성은 0%다. 절대 안 된다. 산업인력공단 쪽에 도대체 몇 번이나 얘기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잘돼가고 있다”는 공단 쪽 설명과는 다른 얘기였다.

결국 22일 현재 인턴 지망생 13명 가운데 인턴 비자를 받고 독일에 간 이는 졸업준비생 두명뿐이다. 한명은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독일에 갔다. 사업을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김평희 본부장은 22일 “애초 공고를 내기 전에 독일노동청에 문의할 땐 재학생·졸업생 모두 인턴 비자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 뒤 말이 달라지더니 결국 안 된다는 최종 연락을 지난주에 받았다”며 “세명 정도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추가로 나갈 예정이고 나머지 인원도 독일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케이무브(K-MOVE)

정부가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외에 취업·인턴·봉사·창업 형태로 청년을 내보내는 사업이다. 전체 예산은 379억원이다. 이 중 해외인턴 사업은 예산 49억원을 투입해 700명을 내보내는 게 목표다. 고용노동부는 10개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9월 말 현재 456명이 인턴으로 나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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