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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사설] 재벌의 ‘반강제 성금’ 경연장 된 청년희망펀드

등록 2015-10-26 19:18수정 2015-10-27 10:03

재계가 청년희망펀드에 뭉칫돈을 내기 시작했다.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과 임직원 이름으로 250억원을 기부하기로 한 데 이어,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임직원이 200억원을 내기로 했다. 다음 순위의 대기업 그룹들도 발표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예견된 일이긴 하나 씁쓸하기 짝이 없다. 그런 식으로 돈을 모아 뭔가 생색을 내는 식으로는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더 절망감만 안겨줄 수 있다는 걸 정부만 모르는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9월21일 처음으로 가입하면서 참여를 독려한 청년희망펀드는 출발부터 우려가 컸다.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은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 직원에게 ‘반강제’로 가입을 요구했다. 정부는 사회 지도층 인사의 참여를 독려했지만 ‘마음’은 그다지 모이지 않았다. 기부금 모금 창구가 개설된 9월21일부터 한달 동안 기부금액이 64억원에 그칠 정도로 호응이 없었다. 재계의 움직임이 본격화한 건 그 뒤부터다. 정부는 애초 대기업 기부는 받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최근 재계의 움직임에 대해, 회사가 아니라 임직원이 돈을 내고 있고 직원들이 급여에서 일률공제를 하는 게 아니니 반강제는 아니라고 정부가 강변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재계의 잘 조율된 듯한 움직임을 보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뻔히 짐작이 간다.

청년희망펀드는 모금 목표액도, 구체적인 쓰임새도 정하지 않은 채 출발부터 했다. 이제 재계가 적극 나서기 시작했으니 천억원 넘게 돈이 모일 것이다. 내년 청년 일자리 예산이 2조1천억원이니 적은 액수는 아니다. 하지만 그 돈이 청년들의 취업난을 더는 데 효율적인 방식으로 쓰일지도 의구심이 든다. 돈을 내는 쪽도 요구가 없지 않을 것이고, 정부가 애쓰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데 신경을 쓸수록 돈이 허투루 쓰이기 쉽다.

청년실업 해소를 기부 방식으로 접근한 발상이 애초 잘못됐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적절한 정책을 세우고, 법령과 예산으로 일을 추진하는 게 상식이다. 재원은 세금에서 마련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 접근은 제쳐두고 되레 성남시의 청년배당, 서울시의 청년보장 사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만 하는 정부 인사들은 도대체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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