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모진 세월이다. 7년 넘게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전국금속노조 방종운 콜트악기지회장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노조 혐오’ 발언에 항의하며 시작한 무기한 단식이 8일로 35일째 이어지고 있다.
방 지회장은 지난 6일 <한겨레>와 만나 “노동개혁이랍시고 더 쉬운 해고를 이야기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우리 공장을 예로 들 수 있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국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뭐가 사실인지는 헤아려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새누리당 당사 앞 네거리, 스티로폼으로 맨땅의 한기를 겨우 막은 농성장 위로는 을씨년스런 바람이 잦았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9월3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강경 노조가 제 밥그릇 늘리기에 몰두한 결과 건실한 회사가 아예 문을 닫는 사례가 많다”며 콜트악기와 자회사인 콜텍을 지목했다.
김 대표의 발언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전세계 기타 생산량의 30% 정도를 점유하던 콜트악기는 인도네시아·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한 뒤인 2007년 돌연 인천 부평공장을 폐업하고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노동자들은 5년을 견뎌낸 끝에 2012년 2월 대법원에서 부당해고 확정판결을 받았으나, 사쪽은 ‘더 이상 한국에 사업장이 남아 있지 않다’며 몇달 만에 다시 이들을 해고했다. 이들은 ‘도돌이표’ 부당해고에 또 소송을 냈고, 지금까지도 피말리는 법정 다툼이 진행중이다. 방 지회장은 2008년 부평공장이 완전히 폐쇄되면서 함께 정리해고됐다. 단식으로 거뭇해진 얼굴에 흰 수염이 제멋대로 자란 방 지회장은 “집권당 수장이라는 김 대표가 ‘회사를 망친 강성 노조’라고 언급한 순간엔 정말 눈이 돌았다”고 했다. 그는 김 대표에 대해 명예훼손에 의한 손해배상 소송도 낼 계획이다.
방 위원장의 무기한 단식엔 ‘쉬운 해고’와 ‘기간제 연장’ 등을 뼈대로 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노동개혁 5대 법안’에 대한 저항의 의미도 담겨 있다. 그는 “해고는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생계와 자녀들의 미래를 좌우하는 문제”라며 “지금 정부는 인간을 파괴하는 해고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것인데, 선배 해고자로서 이를 그냥 두고 볼 순 없었다”고 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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